▶ 뉴욕거주 일본계 한인할머니“남동생 찾아달라”요청
▶ 뉴욕총영사관, 수소문 끝에 이태기씨 찾아 재회 준비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계 한인 할머니인 미주에 후지모토(81)씨는 건강이 점차 악화되면서 얼마 전 마음 한구석에 묻어뒀던 소원을 딸 유키에게 털어놨다. 지금은 백발 노인이 됐을 남동생 이태기 씨를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후지모토 할머니는 태평양 전쟁을 겪으며 가족들과 떨어지게 됐다. 남동생 이씨와 또 다른 형제는 아버지의 고국인 한국으로 보내졌고, 후지모토 할머니는 일본 시골지역으로 피신하면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운명에 놓여야 했다. 그래도 남동생과는 꽤 오랫동안 서신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긴 했었다. 1969년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기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후 일본인 남편과 함께 후지모토 할머니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바쁜 이민 생활 가운데 헤어진 가족을 찾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몸이 점점 아파오면서 남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카들도, 또 그의 자식들도 한 번도 보진 못했지만 점점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엄마의 간절한 바람을 딸 유키 후지모토씨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뉴욕 총영사관에 도움을 청했다. 그 때가 올해 7월 초였다.
다행히 총영사관은 후지모토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외면하지 않았다. 외사협력관 박기남 영사는 즉시 한국 경찰청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청 역시 재빠르게 움직여 장기실종자 추적 팀에 임무를 부여했다. 이태기씨를 찾으라는 특명이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경기도 광주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13일 장기실종자 추적팀이 오랜 추적 끝에 광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남동생 이태기씨와 조카 이수민씨의 소재를 확인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어 후지모토 할머니는 다음날인 14일 남동생 이씨와 통화를 했다. 45년 만에 듣는 동생의 음성이었다. 이제 이들 남매는 본격적인 재회를 준비하고 있다. 총영사관은 남매의 만남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박기남 영사는 “후지모토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당장 한국으로 달려가는 것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하루 빨리 만나게 해 드려야한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는 만큼 영사관 차원에서 계속해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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