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박모(47)씨는 얼마 전 은행거래 내역서를 출력해 결제내역을 하나씩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데빗카드에 1,000달러 가깝게 결제가 돼 있는데다 은행 ATM기에서 수백 달러의 현금까지 인출돼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현재 카드 도용사실을 거래은행 측에 신고한 상태”라며 “은행측이 자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ATM기기에서 현금 인출할 때 도용당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보상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TM기기를 통해 신용카드나 데빗카드의 정보를 빼내는 절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코(FICO)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 9일까지 ATM을 통해 카드정보를 훔친 건수가 유례 없이 많이 발생했다.

이 회사는 올해 ATM을 통해 카드 정보를 빼내간 전체 건수는 금융기관과의 계약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은행내 ATM을 통한 카드정보 절취는 174% 늘었으며 특히 쇼핑센터. 식당, 편의점 등에 있는 기기에서는 317% 증가했다고 밝혔다.

절도범들은 카드정보를 훔칠 수 있는 장치, 일명 스키머를 ATM에 부착해 카드의 마그네틱에 저장된 정보를 빼낸다. 때로는 개인식별번호(PIN)를 알아내려고 소형 카메라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렇게 빼낸 정보를 활용해 절도범들은 위조 카드를 만들어 ATM을 통해 현금을 찾거나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한다. 은행들은 절도범들의 이 같은 위조 카드 제작을 어렵게 하려고 컴퓨터 칩이 내장된 새로운 카드 발급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ATM에서 이 새로운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새로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ATM을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은행들은 동참하지 않고 있다. 위조 카드를 이용한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ATM 운영업체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반면, 식당 등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는 새로운 카드를 읽을 수 있는 기기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는 11월부터는 위조 카드를 통한 거래가 발생할 때는 주인이 이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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