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런색 그린·수풀 러프·험한 경사 독특
▶ 체임버스베이 골프장에 선수들 아우성
릭키 파울러가 퍼팅을 하고 있는 17번홀 그린 옆으로 화물열차가 달리고 있다.
“여기 미국 골프장 맞나요?” 페스큐 잔디가 깔린 체임버스베이의 전체적인 색깔은 누런색이다.
이거 미국 골프장 맞아요?
세계 남자골프의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15회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워싱턴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 골프클럽은 여러 면에서 특색있는 곳이다. 모든 면에서 미국에 있는 골프장이라곤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골프장은 해안 옆에 인공으로 조성된 링크스 코스로 전형적인 브리티시오픈 링크 코스를 연상시키지만 완만한 구릉지대에 위치한 브리티시오픈 코스와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 또 다른 매력으로 선수들과 갤러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체임버스베이의 전체적인 색깔이 그린(녹색)이 아니라 누렇다는 사실이다.
나무도 별로 없고 누런색의 수풀로 이뤄진 러프는 물론 퍼팅 그린조차도 그린이 아니라 누렇다. 그 이유는 체임버스베이 코스의 잔디가 영국과 아일랜드의 링크스 코스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페스큐(fescue) 잔디이기 때문이다. 페스큐 잔디는 색깔이 다를 뿐이지 그린 상태와는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18일 1라운드를 마친 상당수 선수들은 그린 컨디션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와 식당이 붙어 있는다른 골프장과 달리 코스 내에 클럽하우스가 없는 점도 특색이다. 선수,취재진, 갤러리들은 골프장 입구에 주차하고 나서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이어진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내려와 대회장에 입장한다.
클럽하우스는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해가 지면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식당과 골프용품을 파는 프로샵만 있을 뿐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라커룸도 없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 골프협회(USGA)는 절벽 밑 골프 코스와 연습장 주변에 대형 텐트로 이뤄진 가건물로 선수용 클럽하우스와 선수 식당 등을 따로 지었다. 클럽하우스와 식당이 걸어서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바람에 취재진은 선수들의 동선을 파악하려면 갤러리 틈바구니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연습을 마친 선수가 경기를 위해 코스로 나갈 때와 경기를 마친 선수가 클럽하우스로 돌아올 때 셔틀을 타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다. 첫 티샷을 날릴 1번 홀과 10번 홀이 연습장에서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인접한 9번 홀과 18번 홀에서 경기를 마치면 선수들은 그 셔틀을 타고 연습장으로 돌아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다.
해안을 따라 일자로 조성된 16∼17번 홀 옆에는 철로가 있어 하루에도 여러차례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골프 코스를 걸어 다니려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도로 모양으로 닦인 갤러리 통로가 없는 홀도 있어 갤러리들이 자기가 원하는 선수를 계속 따라다니려면 때로는 풀숲을 헤치고 걸어가야 한다.
유럽투어 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안병훈(23)은 “어머니(자오즈민)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시는 데다 코스를 따라다니는 갤러리 통로를 찾아다니기도 어렵고, 많이 걸어야 해서 이번 대회에 오시지 말라고 했다”고 했을 정도다.
USGA는 코스내에 갤러리들이 경기를 앉아서 관전할 수 있도록 모두 합쳐 1만8,000석 수용 규모의 관중석을 15곳에 설치했다.
이 중 챔피언이 탄생할 18번 홀에 US오픈 역사상 최대 인원인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랜드스탠드를 세웠다. 6,000명은 골프장 인근의 마을인 스테일라쿰의 전체 인구에 맞먹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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