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출입기자 시절 나는 6월25일만 되면 한국전쟁 특집을 쓰기위해 장성(6.25 당시에는 위관장교)들을 만나 회고담을 듣고는 했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의문점이 있었다. 6.25 전야 한국군은 극도로 부패했었으며 군수뇌가 이적행위에 가까운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는 것이다. 어떤 장군은 당시 한국군 지휘부에 분명히 좌익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럼 당시의 신성모 국방관이나 채병덕 육군참모총장이 좌익이었단 말이냐”고 물으면 “주변에 좌익참모들이 있었다(채병덕 참모총장의 부관인 라엄광 중위는 후일 남로당 간첩으로 밝혀짐)”면서 “신 장관과 채 총장은 너무 무능해 이적죄로 군법회의에 회부 됐어야 할 사람들인데 지금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에 묻혀있고 기념비까지 세워져 있으니 한심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는 유신치하에 계엄령까지 겹쳤던 시절이라 나는 군이 반성해야 된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후 세상이 엄청나게 변했다. 내가 주어들은 6.25 전쟁의 수수께끼가 고참 장군에 의해 문제점으로 제기 되었다. 한국군의 군번 1번이며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이형근 장군이 ‘군번 1번의 외길 인생’이라는 자신의 회고록(1993년 출판)에서 6.25 전쟁 전후에 나타난 10대 불가사의를 지적했다. 그것은 군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것이다. 그가 주장한 미스터리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6.25가 터지기 불과 2주일 전 대대적인 전후방 사단장과 연대장 인사가 이루어져 일선 지휘관들이 자신의 부대 실정에 어두웠다. 게다가 6월11일부터 계속 되어온 비상경계령이 6월24일을 기해 갑자기 해제되면서 전 장병의 2분의 1에게 휴가 또는 외출 외박이 주어졌다. 뿐만이 아니다. 전쟁발발 한달 전부터 각부대의 중화기 및 수송차량이 수리한다는 명목으로 부평으로 보내지기 시작했다. 6월28일에는 강북에서 국군 2개 사단이 인민군과 싸우고 있는데도 한강다리를 미리 폭파시켜 수많은 국군장병이 퇴로가 막혀 목숨을 잃었다.
가장 한심한 일은 24일밤 육군장교 클럽 낙성식을 연답시고 육군본부에서 밤새도록 댄스와 술 파티가 벌어졌는데 전방의 고급장교들이 대거 참석한 일이다. 군 지휘관들은 술마신 후 깨어나지 못했고 사병들은 절반 이상 외출이나 휴가를 나가 6.25 당일 전후방 부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강직하고 바른 소리 잘 하기로 이름나 있는 이형근 대장은 이 회고록에서 “6.25 전후 사정을 종합판단 할 때 나는 군내부에서 좌익분자들이 국군의 작전을 오도했다고 확신한다. 그럼 적과 내통한 자가 누구냐. 나는 심증은 갖고 있지만 조사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거명하기가 곤란하다. 이들 가운데는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는 누가 확증을 제시해 밝혀낼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형근 대장은 2002년 고인이 되었다. 그러나 6.25의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12.12의 군부 쿠데타도 진상이 밝혀지고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까지 갔다 온 마당에 6.25전야의 미스터리가 밝혀지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닌가. 부끄럽고 한국군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지만 신성모 국방장관과 채병덕 육군참모총장 그리고 그의 측근들에 대한 역사적 조사가 다시 시작되어 6.25에 관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요즘 북한은 군비확장에 날뛰고 있는데 한국군에서는 전직 참모총장들이 부정혐의로 감옥에 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군 기강문란이 6.25 직전과 비슷해 한국 안보가 정말 걱정이다. 한국에서 메르스 못지않게 무서운 것은 군의 부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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