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재미있게 됐다. 힐러리 클린턴과 젭 부시의 판에 박힌 발언내용에 유권자들은 약간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참에 트럼프가 극우 백인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 놓은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입후보했는데 그 열풍이 예상 외로 뜨거워 선거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극우와 극좌가 등장한 것이다.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의 다수가 성폭행, 마약범죄 관련자들이다. 이런 저질의 이민을 미국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경단속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트럼프는 출마선언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이는 분명히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이민을 비하하는 발언이다.
NBC-TV, Macy’s 백화점, 유니비전, 컴캐스트 등 수많은 기업들이 트럼프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히스패닉 유권자는 2,800만명이다. 구매력은 연간 1조달러다. 미국인 6명 중 1명이 히스패닉이며 어린이는 4명중 1명이다. 보통 파워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백인 중산층에서 트럼프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폭스 여론조사에 의하면 스콧 워커, 랜드 폴, 테드 크루즈를 제치고 젭 부시(15%) 다음으로 공화당 후보 지지 2위(11%)에 오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내용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CNN의 돈 레몬 기자는 엊그제 트럼프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무슨 근거로 그와같은 발언을 했는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다.
히스패닉 방송 유니비전의 자회사인 Fusion 방송 보도를 인용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히스패닉들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자신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라고 해명했다.
나는 트럼프의 해명이 사실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Fusion 뉴스를 찾아 들어가 봤다. 사실이었다. 퓨전 뉴스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여성들의 실태를 특집 취재했는데 이들의 80%가 안내자, 마약 운송범, 멕시코 경찰에 의해 강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다수는 멕시칸이 아니라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인들이다. 멕시코 경찰에 신고하면 멕시코에서도 불법체류로 강제 출국당하기 때문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피임기구를 몸에 지니고 있으며 강간당하는 것을 미국 국경 넘는 것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섹스를 상납하고 국경을 넘는 ‘쿠에르포마티코’ (일종의 크레딧카드)라는 신종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히스패닉 인구팽창으로 미국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엊그제 몇사람과 함께 피크닉을 하기 위해 조용한 해변 후보지를 물색하느라 라구나비치 근처를 돌아다녀 봤다.
그 아름다운 비치가의 공원 전체가 히스패닉으로 꽉 차 있었다. 다음 해변인 대너포인트도 마찬가지였다. 온통 저소득층으로 보이는 히스패닉들이 고기 굽고 라틴 뮤직을 크게 틀어놓고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함께 섞이고 싶어도 반바지 입은 갱 복장의 젊은이들이 두려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라구나비치와 대너포인트는 백인들로 메워진 아름답고 깨끗한 해변이었는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미국의 얼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백인들이 공원에서 쫓겨나고 있다. 보수계 백인들이 왜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지지하는지 이해가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까.
그는 선거전을 재미있게 만드는 엔터테이너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견해는 트럼프만의 의견이 아니다. 많은 중산층 백인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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