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목까지 차오른 말을 누르느라 애를 써야 하는 때가 종종 있다. 체면 때문일 수도 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일 수도 있으며,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상대방의 환심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 잘못해서 다된 일이 틀어지기도 하고 한마디 잘해서 천냥 빚을 갚기도 하는 것이 말인데, 요즘 ‘말’ 때문에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내뱉는 말로 인해 한쪽에서는 박수가, 다른 쪽에서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의 막말을 미디어들이 연일 보도하자 그는 기고만장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대로 쏟아내고 있다.
시작은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 출마 선언. 부동산 재벌로 억만장자인 그가 대통령이 되어보겠다고 공화당 경선에 뛰어들면서 내세운 것이 미국을 원래의 위대한 국가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미국이 지금 이 모양이 된 것은 이민정책이 잘못된 탓이고, 그중 잘못 된 것은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이민이라는 내용이다.
멕시코가 범죄자들, 강간범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런 이민자들이 마약과 범죄를 미국으로 들여온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 등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을 그는 신이 나서 쏟아내고 있다.
왜 신이 나지 않겠는가. 대선전에 이름을 올린 순간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쏠리는 대중적 관심이 단순히 억만장자일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의 막말에 환호하는 그룹은 극우성향 백인들. 이민자들은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이자 사회복지 혜택에 의존하며 국가 예산을 축내는 존재들이라고 믿는 집단, 근본적으로 유색인종 이민을 싫어하는 집단이다. 거기에 워싱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염증, 실망이 겹쳐진 이들은 트럼프의 막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한다. 정치적 이해를 따져 거르고 포장한 일반 정치인들의 말과는 달리 솔직하고 시원시원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 일뿐 대다수는 트럼프의 말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안다. 멕시코에서 오는 이민자들을 싸잡아서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우선 맞지가 않고, 말은 불법 이민자라고 하지만 한 꺼풀 벗기면 인종차별이자 이민자 전체에 대한 반감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에게 발언수위를 낮추라고 요청하는 배경이다.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는 5,500만명, 국민 6명 중 한명이 히스패닉이다. 히스패닉과 등을 져서는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공화당은 트럼프 혼자 비난 받고 끝나지 않고 당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까봐 걱정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낮다. 아쉬울 것 없는 그가 한바탕 쇼맨십을 즐기다 마는 트럼프 쇼가 될 것이다. 후보 난립으로 지루한 선거전에서 트럼프 쇼가 뭔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주는 역할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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