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가서 시내 번화가를 걸어가다 보면 수많은 젊은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예쁘고 미인인 것 같아 보인다. 정작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목구비가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한다.
옛적 관념으로 보면 자기 스스로 지신이 미인으로 생각하는 미인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너도나도 자신이 스스로를 미인인 줄로 안다. 뉴욕 타임스의 어느 기자는 젊은 한국 여성들을 두고 “각선미가 있고 얼굴이 예쁘기는 한데 얼굴의 모습이 모두가 똑같은 인형으로 보인다.” 라고 하면서 한국 미인은 성형미인 임을 꼬집었다.
진정한 미인은 어떤 여성일까. 이조시대 당대 최고의 화가인 김홍도의 ‘미인도’를 보면, 화사한 한복을 입고 다소곳이 수줍어하며 예쁘게 웃어 보이는 기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 여인들의 눈을 보면 초승달 같은 은근하면서도 매력적인 눈매를 하고 있다. ‘미인도’에서의 미인은 남성의 눈길을 끄는 은근하면서 교태적인 아름다움은 있지만, 지(智)와 부덕(婦德)과 학문을 겸비한 사대부의 아녀자로부터 나오는 품위 있는 얼굴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영의정 이율곡은 자신의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를 일컬어 “이 세상에서 가장 품위 있고 아름다운 분”이라고 칭송했다. 신사임당이 보여준 유명한 일화들 중의 한 편을 떠올려 본다. 사임당은 ‘포도화’로 선행을 베푼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잔칫집에 품을 팔러 온 가난한 여인이 ‘빌려 입고 온 치마’가 더럽혀져 울고 있었다. 사임당은 더렵혀진 치마의 얼룩위에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그려서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었다. 치마를 그림으로, 가치를 업그레이드한 사임당의 그림을 내다 판 불쌍한 여인은 치마 값을 치르고도 돈이 남았다. 빈자를 위해 선을 베푼 사임당의 아름다운 내면의 덕이 가득이 담긴 자상하고 그윽한 얼굴의 아름다움, 이것이 진정한 미인의 모습이다.
시인 김수영은 그의 시 ‘미인’에서 “미인과 마주 앉은 방에선 무심코 따놓은 방문이나 창문이 담배 연기만 내보내려는 것은 아니렸다.”고 말했다. 그는 ‘미인’을 가리켜 얼굴만 예쁘다고, 몸매만 좋다고 미인이 아니며, 몸가짐이나 품위 있는 자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조신함을 가진 여인이 미인이다. 라고 관념적으로 표현했다.
나의 막내 아이는 올해 25세로 약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나와의 나이 차이가 40 살이 넘다 보니 마치 손자 같은 아들로 느껴진다. 해가 갈수록 내 아이의 피앙세는 어디에서 살고, 언제 쯤 내 앞에 나타날까 하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노심초사하게 한다.
그래서 아들이 그의 피앙세를 나에게 소개하는 그날을 위해서 나는 더욱 열심히 일하고 돈을 저축한다. 아들의 피앙세가 얼굴이 예쁜 미인이 아니어도 좋다. 가까운 훗날 나의 손녀 딸과도 같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명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러 뮤직 홀로, 여름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의 고풍스런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행복을 만끽하는 그런 날을 위해...
미남 배우 디카프리오처럼 지성적이고 멋을 아는 나의 아들과 여성적이고 심성이 아름다운 그의 피앙세가 결혼을 하는 날, 드보르자크가 작곡하고 제임스 라스트가 연주하는 ‘SLAVONIC DANCE NO.10’의 월츠 곡의 선율에 맞추어 아름답게 춤을 추는 아들 내외의 행복한 모습을 가만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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