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실려 왔다. 몸이 바람 꽉 찬 풍선같이 퉁퉁 부운 데다가 혼수상태다. 혼비백산하여 함께 온 남편 말로는 몸에 좋다고 하여 상항버섯이라는 것을 먹었는데 저 모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의료진이 단숨에 위세척 등을 하고 약물 투여를 하니 깨어나 여기가 어디냐 하고 묻는다. 재빨리 응급처치를 안했으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고 담당의사가 주의를 준다. 그런 미련한 짓일랑 다시는 하지 말라고 말해 주다보니 꼭 남의 일만은 아니다. 오래 전 일이 생각난다.
과거 한국에서는 보따리 장사라는 아줌마가 집에 들르곤 했었다. 커다란 가방 안에 외제 물건이 가득했는데 가장 눈이 가는 것은 외제 화장품이었다. 코티분 하나와 레브론 로션 하나 사서 바르면 당장 미인이 된 듯 착각에 빠졌었다.
미국에 온 지 한참 후 그 아줌마에게서 구해 아껴 바르던 파란색 크림을 드럭 스토어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줌마 말로는 “매일 아침 세수하고 한번, 저녁에 세수하고 또 한 번, 몇 달만 지나면 얼굴이 눈같이 하얘진다”는 크림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설명서를 읽어보니 눈에 들어온 단어는 클린징이었다. 피부를 희게 해준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희뿌연 클린징 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입술에 미제 립스틱을 바르면서 미제 화장품 애용자의 자부심을 가졌던 것이었다.
예뻐진다, 몸에 좋다. 이보다 더 솔깃한 말이 있을까?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버섯의 성분도 모르는 채 먹고 병원에 실려오는 것이나 예뻐진다는 말만 믿고 클린싱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활보하는 것이나 무식한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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