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세! 부르짖는 소리가 내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자라면서 늘 해방둥이라는 별명이 따라 다녔다. 사람들은 해방둥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환한 미소를 띠우며 무엇인가 귀한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쁜 얼굴로 불러주곤 했었다. 해방둥이라는 별명을 들을 때는 마치 나로 인해서 해방이 된 것인양 어깨가 으쓱 했었다.
세상이 마치 자기 것인 양 싶던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니어’라는 꼬리가 붙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면서 나이를 어딘가 젊음의 테두리 안에 붙잡아 놓고 싶어 한다.
지난해 9월 시니어센터에 등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쪽으로는 “아니야! 내가 왜 시니어야?”라는 거부 반응이 생겼다. 나는 아직 시니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등록한 이후도 잘 적응이 되지를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를 느꼈다. 보람도 있었다. 종강식 무대에서 하모니카도 연주 했다. 계획에도 없던 크로마하프까지 배워서 연주를 했다. 뜨개질을 배워서 예쁜 겨울 모자와 목도리도 만들었다. 이때 배운 실력으로 2달에 한번씩 단원들과 함께 양로원을 방문해 크로마하프 공연을 한다.
아직 시니어가 아니라고 아무리 부정하고 도망친다 해도 나이를 어떻게 붙잡아 놓을 수 있으랴. ‘해방둥이 시니어’라고 마음 한복판에 도장을 팍 찍어 버렸다. 포기를 하고 나니 시니어 그룹에 끼는 마음이 훨씬 편하고 가벼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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