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관은 몸에 밴 습관만큼이나 진하다. 해마다 광복절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일제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학생은 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사회인은 달콤한 휴가를 끝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청소년기에 나는 상위권 모범생이었다. 타의 모범이 되는 상위권 학생으로 누리는 선생님들의 관심과 부모님의 칭찬이 그것을 유지하는 힘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스무 살을 넘기고 나서 이 상위 모범생의 인생은 급격히 빛을 잃었다. 상위권 바로 위에는 그들만의 리그인 ‘최상위권’이 포진하고 있었다. 최상위권은 공부로 승부를 보는 그룹이다. 그들이 전공하는 분야에서 공부로 승부를 보면 그만이었고 또 많은 수가 그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 바로 아래 그룹에 속한 상위권은 다양한 문제를 내포한다. 글짓기대회에서는 장려상, 그림대회에선 입선, 웅변대회에선 동상 같은 묘한 한계 내지는 아쉬운 그 무엇을 지니는 그룹인 상위권은 진로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것을 해도 잘하고, 저것을 해도 잘하는데 최고로 잘하지 못하는 그 한계 그룹에 속한 나 또한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서 신입과 경력의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시기를 거쳤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상위권과의 폭을 좁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채근하면서 나이가 들었다. 하지만 그 조금만의 폭이 캘리포니아를 종단하고도 남을 만큼 긴 거리일 수 있음을 차츰 깨닫게 된다.
그런 나에게 삶은 ‘계속 노력하면 될지도 몰라’라고 달콤한 희망 고문을 요즘도 한다. 그 희망이 새로운 일을 대할 때마다 나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는 원동력임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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