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그 해 한살이 안 되었던 우리 아들이 어느새 40세가 넘었으니 세월이 빠르다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1974년 나는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던 한국의 장충체육관에 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까지 그때 그 일들이 마치 엊그제 그림처럼 내 머리속에 필름으로 생생히 떠오르는 것은 아마 그때 내 눈 앞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너무 충격적 이었기 때문이리라. 아이들 둘을 한국의 이모님께 맡기고 그날 8월 15일 아침 우리는 ‘광복절 교포단’의 초청 장소인 광복절 기념식 행사가 열리는 장충체육관으로 향했다. 지정된 장소는 2층 발코니 맨 앞쪽 이어서 무대가 코앞에 있는 듯 훤히 내려다 보였다. 장내를 메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곳에서 온 듯 한 교포들도 발코니 앞쪽에 앉아 있었다. 태극기가 곳곳에 걸려있고 우리도 나누어준 태극기를 하나씩 손에 들고 흔들며,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는 꿈에도 잊지 못했던 여기 한국이 바로 내 나라임을 새삼 느꼈다. 몇 사람의 축사가 이어지고, 커피 테이블 같은 낮은 단상의 테이블 뒤에 앉아있는 육영수 여사가 다른 내빈들 몇몇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커다란 문짝이 몇 개 넘어지는 소리가 나며 “잡아라, 잡아라"는 소리가 온 체육관 안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이 그 소리가 총을 쏘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뛰어가며 범인을 잡겠다고 아래 위로 쏘아대는 총소리에 우리는 너무 놀라서 우선 땅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그 순간 멀쩡히 앉아 계시던 영부인의 목이 옆으로 푹 넘어 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어쩌나, 아이구 어쩌나"는 소리만 질렀다. 몇 사람이 달려들어 들것에 육영수 여사를 모시고 나가고, 그 당시 몇 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몇 분후에 박정희 대통령은 길고 높은 단 뒤에 서서 준비해온 축사를 이어갔다. 그렇게 간단히 기념식은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넋을 잃고 있는 사람들을 경비원들은 차례로 간단한 검사를 마친 후 한명씩 나가게 했다. 그 다음 우리는 필동 입구에 있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교포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장충 체육관의 육영수 여사의 총격 사건 때문인지 서울 시내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이 계속 스쳐지나갔다. 식사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우리는 육영수 여사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모두 슬픈 얼굴로 “어머나, 어쩌나" 를 외치며 식사를 멈추고 급히 그곳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며칠전 텔레비전에서 광복 70주년 특별기념식이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새삼 감회에 젖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를 텔레비전으로 보며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한국,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가겠다는 국민과 대통령들과 정부의 노력에 자부심을 갖고 내가 한국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40여년전 그 날 광복절 기념식장에 본 박정희 대통령이나 육영수 여사는 비록 많은 시간을 보지는 않았지만 또 육 여사가 그 자리에서 총성에 쓰러졌지만 두 분 다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던 인상을 받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서 군복을 입었던 모습에서 그 강인함이 40 여년 전 그 두 분의 강인함이 그들의 딸에게 대물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혜란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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