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대세에 밀려 작년에야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지금은 ‘카톡’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처럼 카톡방을 넘나드는데, 대학동창 70여명중 52명이 동기 카톡방을 출입하니 요란하기 그지없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동기의 소식을 듣는 것이 기쁨의 하나이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박사학위와 포스닥 훈련을 받고 귀국해서 연구소 소장직을 오래하다가 교수 생활로 경력을 마감한 친구도 그 중의 하나이다. 지금 몸의 이상으로 극심한 고통을 당하기 때문인지, 방문한 친구에게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깊이 생각중이라고 했다 한다. 수 없이 많은 장례식에 참석하며 느낀 것은, 대부분 고인의 경력이 출생을 비롯해서 결혼 등 단 몇 줄로 요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곧 사람들에게 잊혀질 것이다. 그러한 인생들인데, 우리는 오늘도 걱정, 욕심, 질투, 미움 등 감정의 풍랑속을 헤맨다. 대부분 죽음의 침상에서는 가치 없는 것들에 우리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 세월이 갈수록 인생길에 ‘이타적 사랑’만큼 인생을 인생답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인생에 사랑을 빼면 바로 지옥이 될 것이다.
성경의 아벨은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오히려 말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오래전에 쓴 ‘사랑의 천재’의 실제 인물, 니시무라 히사조오 선생도 이러한 분이라 생각된다. 세상을 떠난지 30년이나 되었는데도(이 책을 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여전히 움직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전기를 쓰기 위해 이분에 대한 사랑의 추억을 담은 사람들을 수소문하니 돌아가신지 30년 후에도 120명의 사람들이 자원했다 한다.
최근에 필라델피아에 사시는 H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백악관 건축자문 위원으로 일할 정도로 뛰어난 건축가로 그 방면 사업을 잘 하시다가 지금은 그 사무실을 반으로 나누어 교회와 회사 사무실로 쓴다 한다. 약 15년전에 심장에 심각한 이상이 와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아마도 이즈음에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 후에 목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식 후 10년을 사시다가 약 5년전에 다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될 형편이 되어 병원에 입원해 6개월을 기다리던 중 마침 좋은 심장이 나와서 다음날 이식 수술 예정이었는데, 그날 밤에 심장병 중환자가 옆방에 입원해 그 사람도 이식 수술 대상자가 되었다. 담당의사에게 그 사람에 대해 물어보니, 그 사람은 당장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하루도 넘기기 어려운 상태라 사실상 죽음을 선고받았다 했다. 이 소식을 들은 H목사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아주 비장한 결정을 하게 된다. 6개월 기다려 찾은 심장을 자기는 이식받지 않아도 최소한 며칠은 버틸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 심장을 옆방의 사람에게 이식해 주라고 부탁했다. 사실상 죽음을 각오한 결정이다. 적극 만류하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렇게 진행되었고, 이분은 계속 기다리던 중 며칠 후 이식 심장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두번씩이나 이식 거절을 당한 심장이라지만, 계속 기다리다 결국 사망할 수도 있기에 그 심장을 이식받았다. 다행히 약 5년을 잘 버텼는데, 역시 그 문제 있던 심장이 기능을 상실해 다시 세번째 이식 수술 가능성을 알아보니 심장협회의 규칙이 세번은 이식수술을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해서 생명을 잃을 형편이 되었다. 그러나 두번째 이식받을 건강한 심장을 타인에게 양보 했으므로, 그 특수한 사정을 알리니 한 번 더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식 심장이 그렇게 흔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는 안타깝고 또한 눈물겹게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 험악하고 이기적인 세상에 이러한 분은 사막의 오아시스같이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청결하게 한다. 빨리 다시 이식수술 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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