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실 ‘멕시코시티의 추억’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는 노인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피클이나 양파를 넣지 않은 통밀빵으로 만든
아마도 평범한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떨리는 팔을 흔들리지 않게 식탁 끝에 받치고
왼 손으로는 샌드위치를 누르고
오른 손으로 끝에서 끝, 대각선으로
샌드위치를 자른다
안경너머로 그를 바라본다. 잠시 냅킨으로
입을 닦고 반쪽을 미리 주문한 여분의 접시에 담는 모습
그리고 기다린다. 냅킨을 풀어 천천히
스푼, 나이프, 포크를 정돈하고
풀 먹인 하얀 냅킨을 무릎에 펼치고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두 손을 내미는 아내에게, 그가
반쪽의 샌드위치를 건네주는 그 광경을
/ Ted Kooser(1939- ) ‘샌드위치 나눠 먹기’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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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시는 모습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따스해 보이기도 한다. 통밀빵 샌드위치 반쪽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은 서로에게 가장 친밀하고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할아버지의 떨리는 손이 건네주는 샌드위치 반쪽을 기다리는 할머니에게서는 여전히 고운 여심이 엿보이고 화사한 꽃이 지고 난 후의 잔잔한 평화도 느껴진다. 두 분이 함께, 혹은 홀로 식사 하시는 모든 노인들에게 건강과 평안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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