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보건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운동실에서 몇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저벅저벅 걸어들어 왔다. 잘 생긴 분인데 웬일인지 구두에 더러운 낙엽들이 잔뜩 붙어있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두세개씩 떨어져 바닥을 더럽혔다.
노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앉더니 양쪽 구두에 붙은 낙엽을 탁탁 털어내고는 다시 신고 나갔다.
예사롭지 않은 광경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운동실 책임자가 일회용 장갑을 끼고 들어오더니 아무 소리 없이 집개로 낙엽들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고 바닥을 깨끗이 닦아냈다. 노인의 행동에 불평을 할만도 하고 짜증을 낼 만도 한데 전혀 그러지를 않았다.
얼마 후 그 책임자에게 노인의 행동을 왜 제재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노인들이 노화로 인해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며 자기 자신도 늙으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 모르니 타박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노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도 언제 저렇게 정신없는 행동을 할 지 모른다”는 일종의 동병상련의 정서가 있어서 아무도 그를 나무라지 않았던 것 같다.
노인이 되면 외롭다. 누군가 말 한마디 따뜻하게 걸어주는 게 그렇게 고맙고 위로가 될 수가 없다. 그날 보건센터 직원의 배려 깊은 행동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우리 노인들을 항상 저렇게 보살펴주겠구나 싶어 가슴이 푸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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