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한국학교협의회가 주최하는 가을학기 교사연수회에 참석하여 한인 2-3세대를 위하여 한국의 뿌리교육에 대한 열정을 쏟는 분위기를 보고 감명을 받은 바 있다.
이내원 전 협의회 이사장의 초청을 받아 짧은 격려사를 하면서 그가 몇 년 전부터 구상. 추진하여 왔던 ‘실행적 민주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교육철학적 질문에 대한 정답은 ‘인간의 정체성을 깨우쳐 주는 데에 있다’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재미한국학교의 교육목적은 분명 미주한인(Korean American)의 정체성(Identity)을 가르치고 깨우쳐 주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 전역 1천여개의 한국학교가 있고 5천여명의 교사들이 4만여 명의 한인2-3세 들에게 열정을 쏟아 가르치는 내용은 주로 한글, 한국역사, 한국문화등 우리의 민족성을 분명하게 하는 교과과목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미주한인의 다른 한 쪽의 정체성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즉 ‘코리안아메리칸’의 ‘아메리칸 아이덴티티’에 관한 후세 교육이다. 미국사회의 여러 특성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특성은 민주주의 삶일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대하여서는 일반 미국학교에서 일반 사회과목으로 교육을 받아 숙지하고 있으므로 그 제도 보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삶, 즉 실행적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재미한국학교에서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것이 다민족사회인 미국사회에서 미주한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행적 민주주의 교육내용은 2가지이다.
하나는 좋은 의견을 만들어 내고 발표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들어 주는 회의진행에 관한 교육이다.
둘째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대표를 뽑고 그 대표가 국민의 의견을 결정하여 국가를 다스려 나아가는 대의 정치제도이다. 대의 정치제도에서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참정 또는 투표가 가장 중요한 국민의 권리행사인 것이다.
비록 한글학교의 학생들이 투표 자격에 미달되지만 투표의 연령이 되면 반드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투표일에 되면 투표에 참여하도록 권장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곳이 요청된다.
투표의 참여는 미주한인들의 미국주류사회 진출과 위상제고, 더 나아가 우리의 조국 한국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주 유대인(Jewish American)은 미 인구의 2%밖에 되지 않지만 80%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여 25명의 미 의회의원을 배출하였고 미 주류사회에서 미주 유대인의 영향력과 위상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 있어서 언제나 미국은 이스라엘에 유리하도록 국제 외교적 도움을 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주한인 인구는 미국 인구의 0.6%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투표율도 31% 미만이어서 한 명의 연방의회의원을 내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인구수는 적다고 하더라도 미주한인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투표율을 미주유대인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한다면 미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미주한인의 영향력과 위상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미국을 통해 국제 정치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백 순
전 연방노동성선임경제학자
워싱턴버지니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