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 학예발표회 준비에 구슬땀 흘리는 상록학교 학생들
아코디언반 학생들이 예술제에서 선보일 ‘고향의 봄’을 연습하고 있다.
19일 제1회 예술제 앞두고 한인노인들 맹연습
아코디언.색소폰.풍물놀이 등 다양한 무대 준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지난 9일 뉴저지상록회 2층의 작은 교실에선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상록학교 아코디언반 학생인 이들은 연신 오른손으로 하얀색과 검정색 건반을 누르며 추억의 음악을 연주했고, 입은 자연스레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 가락을 읊고 있었다.
학생보단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이들이지만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 시간만큼은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한 학생이 된 듯 했다.노래가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향하자 몇몇 학생들은 눈을 감고 건반을 눌렀다.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땅을 생각하는 듯 했다.
매주 두 시간씩 모여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들은 오는 19일 열리는 제1회 상록학교 예술제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표정은 다들 진지했고, 쉬는 시간마저 생략한 채 연습에 몰두했다.
아코디언반을 이끄는 김영규(75) 강사는 “이번 예술제에서 고향의 봄과 아리랑, 도라지 등을 관객들과 나누게 된다”면서 “다들 첫 무대이니 만큼 긴장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록학교는 이번 예술제 무대에 아코디언 교실을 비롯해 가곡반과 기타반, 색소폰반, 풍물놀이반, 경기 민요반과 한국 무용반을 세울 예정이다.
무대 바깥에는 서예반과 미술반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때문에 상록학교가 위치한 상록회 곳곳에선 예술제 참가 학생들의 연습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번 예술제가 노인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객석을 채우는 관객 상당수가 예술제 참가 노인의 자녀들과 손주 등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용반을 이끄는 정혜선 강사는 “노인 분들이 그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예술제를 통해 보여주시고자 한다”면서 “자랑스러운 엄마로 아빠로, 할머니로, 또 할아버지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록학교 신충식 교장은 “젊은 시절 배우고 싶던 기타를 90세가 다 돼서 상록학교에서 시작한 분이 있다”면서 “노인분들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교장은 이어 “예술제는 이런 노인분들이 잘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뜻 깊은 행사”라면서 “한인사회가 온 마음으로 응원을 해 달라”고 덧붙였다.
제1회 상록학교 예술제는 오는 19일 오후7시 잉글우드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무대에 오르는 노인은 약 200명으로 예상된다. <함지하 기자>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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