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늘 좀 봐요.” 다음 전시를 위해 작품을 걸고 갤러리를 늦게 나선 어느 저녁, 아이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따라 박물관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아이가 방학이 되어 더 여러 날을 그곳에서 보내던 때이다. 밤늦게 갤러리를 나선 아이가 하늘을 바라보고 툭 내뱉은 말이다. 아이는 서툰 한국말로 “하늘에 있는 동그란 달이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어요.” 라고 다시 말했다. 그랬다. 정말 보름달이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을 쳐다본 지 한참이다.
생각해보니, 하늘에 대한 기억이 많다. 정년퇴직 후 고향마을로 돌아가, 툇마루가 있는 옛날 집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장독가득 된장, 고추장, 막장, 효소 등을 담으며 노년을 보내시는 부모님을 방문했을 때,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별빛 쏟아지는 그 하늘이 기억난다. 시골 생활이 처음인 내게 쏟아지는 별빛은 도시의 휘황찬란한 고층빌딩과 네온사인의 화려한 불빛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한국에서의 학창시절,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듯 야간자율 학습을 할 때,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다며 올려다보던 그 하늘도 푸르디 푸르렀음이 기억난다. 하늘을 자꾸 보니 좋은 추억들이 자꾸 떠오르고 아이에게 엄마의 유년시절을 들려주게 된다.
분주한 이민생활이지만 가끔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보자. 물질로는 살 수 없는 풍요로운 무언가가 하늘에서 우리에게 쏟아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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