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페어팩스 공립학교에서는 백투스쿨 나이트(Back to School Night)이 한창이다. 백투스쿨 나이트는 학년초에 학부모들이 학교 선생님들과 만나고, 교장으로부터 학교 전반에 걸친 중요한 정보들도 제공받으며, 학부모회 임원들로부터 활동보고도 받는 행사이다. 낮에 일하는 부모님들의 스케쥴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저녁에 이러한 행사가 치루어지기에 “나이트”가 들어 간다.
이러한 행사는, 모든 학년들을 한꺼번에 하는 학교들도 있고, 학년에 따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하는 학교들도 있다. 학군 전체의 스케쥴을 보니 10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동안 교육위원들은 평소보다 더욱 바빠진다. 특히 나처럼 카운티 전체에서 선출된 광역교육위원은 200개 정도 되는 학교들의 백투스쿨 나이트들을 모두 참관해 볼 수 없어 일부를 선정하지만 가능한 한 여러 학교에 가보고 싶기 때문이다.
백투스쿨 나이트 행사에서 교육위원을 소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학교는 학부모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에서 소개하고 인사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렇게 학부모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 바로 교실로 향하는 경우, 교육위원을 소개하지 않는 학교들도 상당히 많다. 해마다 백투스쿨 나이트 시즌이 시작 되기전 교육위원들은 자신의 인사말을 비디오로 촬영해 각 학교에 보내는데 학교에 따라 이 비디오를 보여 주는 곳도 있고, 그냥 학교 웹사이트에 올려 놓거나 복도에 있는 스크린이나 TV에 틀어 놓는 학교도 있다. 그러한 비디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이 모두 학교장의 재량이다.
나는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선호한다. 그래서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는 학교를 찾아 가도록 노력한다. 물론 그래도 그런 학교에 모두 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학부모들에게 직접 인사할 기회가 있을 때는 복잡한 교육 정책이나 예산에 관련된 것 보다는 내가 광역교육위원이라는 소개와 자녀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면서 덕담을 건네는데 초점을 맞춘다.
지난 몇년간 백투스쿨 나이트에서 인사하며 내가 종종 사용하던 것이 있다. 바로 우리집 큰 애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글 일부이다. 큰 애가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에 보이스카우트 캠프를 다녀 온 다음 날이니 지금부터 18년전이다. 그런데 내가 전혀 생각치 못했던 내용이었다. 큰 애는 그 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어제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 돌아왔다. 부모님들이 이제 편하게 쉬라고 하신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잔소리를 하고 이것 저것 하라고 강요하면서 어떻게 편히 쉴 수 있나! 두 분 태도 좀 조속히 고쳤으면 좋겠다.” 이 내용을 큰 애가 대학교에 들어 간 후에서나 보게 되었는데 읽는 순간 웃음도 나왔지만 큰 애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스스로 나만한 아버지는 없다고 자신했었는데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것은 비단 큰 애 뿐은 아닐 것이다. 작은 녀석의 일기장을 찾아 뒤져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곳곳에 적혀 있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둘째의 성격은 큰 애와 좀 달라 일기장에 기록하지 않고 그냥 덤벙덤벙 넘어 갔을지도 모른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부모로서 우리의 자녀들을 잘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부분도 많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자녀들이나 부모들의 성격에 따라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는 대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독백이 아니다. 강의는 더욱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만큼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녀들이 대화를 꺼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부모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두 애들을 다 키우고 모두 타지로 보내고 나니 그 애들이 가까이 있을 때의 부족했던, 제대로 못했던 대화가 너무 아쉽다. 올해의 백투스쿨 나이트에도 나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자녀들이 가까이 옆에 있을 때 많은 대화하시고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