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하기도 하고 재미가 있으며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컴퓨터. 나는 초보단계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중지했으나 이번 가을학기부터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아이폰 기초만이라도 터득해야 컴맹은 면할 수 있을 터이니까. 컴퓨터 관계 석학들의 말을 빌면 앞으로 일상생활에 쓰이는 기기, 설비도구에는 마이크로컴을 내장하여 이곳저곳에 묻혀있는 컴퓨터끼리 서로 협조 작동하여 시간절약은 물론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지적(知的)인 인간감성에 의해서 만이 성립됐던 분야에까지 개입 활용되고 어느 한도 내에서 문제해결도 가능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급진적 발전은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의 소리가 높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컴퓨터의 싱글러리티, 정지될 수 없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 진보에 의해 자아의식 개량이 가능한 시스템이 장래에 생기게 되고 그 현명함이 자기개량을 계속함으로써, 변할 수 없는 인간지능이 곧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실에서도 인간 대 전자두뇌와의 지적 게임에서 인간을 쉽게 이기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컴퓨터 기술의 거듭된 발전이 있다 해도 올바른 도덕적 판단, 특히 따뜻한 인간의 감성까지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사회가 변해 간다면 모든 것이 기계화된 냉혹인간이 범람하는 소름 끼치는 사회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인정이 엷어져 가는 시류인데, 사람들은 서로가 바쁘다보니 만남은 더욱 소원해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면서 숙고하고 사려하는 시간을 갖지 못해 두뇌 속은 지적 수준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따뜻한 대화가 없는 생활 패턴은 피로가 쌓이고 허무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고독의 늪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고독이 부정적인 단어는 아니다. 고독의 감정은 인간만이 갖는 높은 감성으로 달콤한 낭만도 있다. 이런 행복한 감성이 고갈되지 않고 오래도록 느껴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순수하고 행복한 노경(老境)을 살고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연륜은 속일 수 없는 일, 노쇠해가는 육신은 물론 정신적인 면도 쇠약해지면서 고독만 남게 된다. 그렇다고 탄식할 필요는 없다. 젊은이들이 따라올 수 없는 빛나는 세월이 있지 않은가. 또한 노경에는 배움터로 돌아가 자신의 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며 마음 통하는 따뜻한 대화 끝에 아름다운 여운을 풍겨주는 품성의 사람을 벗으로 사귀는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대화란 서로 마주보고 온화한 눈빛 속에서 표정, 감성 등 여러 가지가 총동원된 그 사람 특유의 사람 됨됨이의 발로이니까 노년의 벗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좋은 벗을 가진다는 것은 훌륭한 인적 자산이고 고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