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방문은 여러 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필라델피아 야외미사에는 100만명이나 모여들었다. TV뉴스를 본 사람들은 “미국에 이렇게 가톨릭 신자들이 많았나” 하고 놀랐을 것이다.
미국의 가톨릭 인구는 얼마나 될까. 6,800만명이나 된다. 단일 종파로는 미국 최대의 종교집단이다. 그 다음이 남침례교의 1,550만명이다(조지타운 대학 집계). 미국인 4명중 한명은 가톨릭 신자라는 뜻이다. 각계에 자 리잡고 있는 가톨릭 유명인사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 의회 연설을 경청하며 눈물을 흘린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독실한 가톨릭신자다. 그는 교황이 미국을 떠난 다음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미 의회에서 연설하도록 한 것으로 나의 임무는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예고 없이 하원의장직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 상하원의원의 3분의1이 가톨릭으로 자신의 종교를 밝히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과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 존 케리, 현 공화당 대통령후보 젭 부시가 가톨릭신자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크리스 크리스티, 바비 진달, 마틴 오말리 등의 후보들도 가톨릭이다. 미국 대법원의 대법관 9명중 6명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더구나 히스패닉 인구팽창과 맞물려 미국정치에서 이제 가톨릭 파워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데 미국 가톨릭계에 기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톨릭 신자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성당을 떠나고 있으며 미국인구의 15%가 가톨릭을 떠난 사람들이다(PEW 리서치 센터 집계). 사제들도 희망자가 줄어 여기저기서 두 개의 성당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으며 뉴욕과 시카고는 심각할 정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낙태, 이혼, 동성애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자세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중에서도 미국 가톨릭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일부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추행사건이다. 이 때문에 교회가 수십억 달러를 피해자들에게 변상하다보니 뉴멕시코, 밀워키 등에서는 교구가 파산선고하기에 이르렀고 세인트폴과 미니어폴리스 교구는 형사 입건되어 대주교와 주교들이 줄줄이 사임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미국을 떠나 로마로 돌아가는 기상에서 기자들과 회견을 가졌는데 사제들의 미성년 성추문은 추하기 짝이 없으며 더욱이 고위 성직자들이 이를 커버하려고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미출신 교황이다. 좀 다르다. 그는 교회가 신자들을 기다리지 말고 신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며 성직자는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신앙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교황에 취임한 후 남긴 어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교회는 부자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예수는 항상 가난한 자들을 먼저 생각 했습니다. 기독교인은 가난한 자들을 잊으면 안됩니다” “만사를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그들이 하느님과 예수를 찾을 때 내가 그들을 어떻게 거부 하겠습니까?” “하느님의 자비는 무한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하느님은 자비를 베풉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은 한마디로 “지치고 가난한 자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다. 크리스천이건 아니건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크리스천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겸손과 소박함을 통해 성직자는 신도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시범 보이고 있다. 그의 가톨릭 재탄생 운동은 혁명에 가깝다. 프란치스코 혁명이 기독교와 세계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금세기의 관심사에 속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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