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불려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씨의 초라한 모습은 “한국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행운인가 비운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권력 실세들의 최후가 너무나 비참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대통령의 형을 통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다하여 ‘만사형통’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이상득씨는 파워가 막강했던 인물이다. 한국에 대통령이 둘이라는 말까지 등장 했었다.
국회의원도 할 만큼 오래했고 나이도 70을 넘었는데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 되었으면 은퇴하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 당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음에도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폐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직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은퇴를 주장하던 정치인들이 물먹는 현상이 일어나 이명박 측근들도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정치에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것은 진리다. 부귀와 권세는 잠시 빌려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에 돌려주어야 한다. 노련한 정치인 이상득이 왜 그것을 몰랐을까.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 듯이 정치인이 권력에 빠지면 눈이 멀게 된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형인 이상득씨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더라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이 없는 정치인은 한치 앞을 내다보는 시력을 갖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상득은 ‘영포라인’의 보스다. 영포라인이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 포항 출신 인사들의 ‘영포회’회원들을 의미한다. 당시에는 이상득 - 최시중 - 박영준이 이끄는 이 모임에 발을 담그려고 공무원들이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발을 빼려고 아우성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지루하게 진행되어 온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사실상 영포라인의 권력남용과 부정을 파헤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상득 수사를 통해 영포라인이 MB시절 포스코를 어떻게 말아 먹었는지 윤곽이 밝혀졌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구택 전 회장의 후임으로 윤석만 전 포스코 건설 회장을 꼽았었다. 윤석만씨는 박태준씨가 회장감이라고 칭찬했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중견간부였다. 그런데 엉뚱하게 포스코의 비주류인 정준양이 이상득과 박영준을 등에 업고 회장에 임명 되었다. 그래서 그 보답으로 영포라인으로 구성된 납품회사에 일을 몰아주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의 일부가 이상득에게 상납되었다는 것이 검찰수사 내용이다. 포스코 뿐만이 아니다. 원전 납품도 영포라인이 독차지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부정이 원자력 발전소에 어떤 부작용을 초래했는지도 밝혀지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가 영포라인 침몰에만 있지 않고 친이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를 거세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친이계의 중진인 이병석 의원(포항)도 포스코 납품과 관련하여 곧 불려 나올 모양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고교동창인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최원병 농협중앙회회장, 민영진 전 KT&G 회장에 대한 수사 등 요즘 진행되는 굵직한 사건에 모두 영포라인이 얽혀있다.
‘영포라인 영광시대’가 ‘영포라인 수난시대’로 변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한국에서 권력의 실세가 된다는 것은 감옥에 가는 지름길에 들어선다는 것을 전경환, 노건평에 이어 이상득 씨가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끝나면 어느 실세가 또 감옥에 갈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것이 요즘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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