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온다”고 한다. 이때 ‘웃음’은 삶의 자세로서 의미가 있다. 잘 웃는 사람은 보통 낙천적이니 어려움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그러다 보니 매사가 잘 풀려 복을 누리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요즘은 ‘웃음’에 의학적 의미가 추가되었다. 웃음은 감정이나 정신뿐 아니라 몸도 튼튼하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다. 많이 웃으면 우선 심장병 위험이 낮아진다. 불안, 초조, 짜증 등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상하게 하는 반면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안정되게 만든다.
웃음은 운동효과도 있다. 한바탕 크게 웃으면 상체 근육은 물론 위장, 심장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운동량이 에어로빅 5분에 버금간다고 한다. 운동하기 싫은 사람들은 필히 자주 크게 웃을 일이다.
그렇다면 웃는 것이 직업인 사람은 어떨까? 근무 규정상 항상 웃는 사람들이 있다. 싫으나 좋으나 고객들 앞에서는 웃는 얼굴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 바로 감정노동자들이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으로 나뉘던 노동에 ‘감정노동’이라는 새로운 범주가 끼어든 것은 1980년대였다. UC 버클리의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 박사가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감정노동이란 한마디로 ‘감정’을 저당 잡힌 노동을 말한다. 근무시간 중 노동자는 기쁨, 분노, 슬픔 등 사적인 감정을 표출할 수 없다. 조직이 규정한 기준에 맞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항상 미소 띤 얼굴로 고객을 맞는 승무원, 백화점 점원, 고객서비스 센터 직원, 텔레마케팅 직원 등이 대표적이다. 근무 중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거나 일대일로 통화하고, 고객의 감정을 긍정적 상태로 이끌어내야 하며, 직원 연수나 감시를 통해 고용주가 직원들의 감정에 어느 정도 통제력을 행사하는 직업들을 말한다.
직업 상 웃는 웃음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일.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일이 다반사다. 소위 ‘진상’ 고객이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릴 때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진다. 그래도 치솟는 모멸감을 꾹꾹 누르며 참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 모두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 밥벌이의 서러움이다.
한국에서 ‘감정노동’이 또 다시 핫이슈로 떠올랐다. 인천 신세계백화점의 스와로브스키 매장에서 점원 두명이 무릎 꿇고 어느 고객에게 사죄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여파다. 30대 여성이 7년 된 장신구를 들고와 무료로 수선하라며 억지를 부렸지만 ‘고객은 왕’이니 직원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오죽 ‘갑질’이 심했으면 무릎까지 꿇었을까.
한국사회가 ‘고객은 왕’이라는 말의 뜻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고객으로서 서비스를 받고, 불만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지 모멸감을 줄 권리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저마다 ‘갑질’을 해댄다면 누군들 일터에서 무사할까. 졸부들 전시관 같은 한국사회가 이제는 좀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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