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몇 가족과 저녁식사중 일어난 일이다. 이제 갖 틴에이저된 독서광 아이가 음식상을 앞에 놓고 책만 읽자, 대여섯살 난 아이가 “음식을 먹지않고 책만 읽는 것도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에요”라고 어른처럼 말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나이에 비해 엄청 성숙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제 70고개를 가까이 바라보며 40년 동고동락한 아내에게 “이제 내가 좀 철이 드는것 같다” 했더니, “철들자 망령날까봐 걱정이다”라고 하기에, “그래도 철도 들지않고 곧장 망령부터 드는 사람에 비하면 낫지 않느냐?”라고 응수해 같이 웃었다. 그러면서 과연 “철이 들어간다”, 다시 말하면 “성숙해 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린아이가 자라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오로지 모든 관심이 자기에만 집중되다가, 조금씩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사고의 행동반경을 늘려가는 것인데 그것을 성숙과정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겠다. 나이나 인생의 경륜에 비해 훨씬 성숙한 사고를 하는 젊은이를 보통 “애 어른”이라고 부르는 반면, 나이가 지긋해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경험했을 법한데, 그 사고가 늘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극히 제한적인 사람을 “어른 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그 성숙과정과 성숙도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간들은 고난, 실패, 역경등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한 차원 높은 성숙단계로 오르는 것 같다.
고난과 실패를 통해 사실 인생에는 자기 계획과 소원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자기는 부족하고 흙과 같이 쉽게 부서지는 연약한 존재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절대자, 그분 앞에 도움을 청하며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은 인간을 겸손의 길로 인도하고, 비로소 주위 사람들의 고통에 진정한 관심과 배려를 하게 되고, 위로의 손길을 뻗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이 성숙의 필수과목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성숙한 사람들은 고통 가운데서도 불평을 쏟아내기 보다는 인내하며 그 역경에 순응하려 힘쓴다. 또한 이들은 자기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다른 견해도 이해하고 수용하는 아량을 보인다. 또한 겸손은 성숙의 또 하나의 척도라 볼 수 있다. 자기가 소유하고, 누리고, 즐기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흘린 수고의 땀의 열매라고 인정하고, 모두에게 빚진자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겸허한 사람들은 본인의 소유와 남다른 재질을 자기에게 주어진 선물로 여기고, 힘든 사람들과 나누고, 그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같이 지려는 노력이 자연히 따를 것이다. 더 나아가 성숙한 사람은 비난이나 책망을 일삼기 보다는, 배려와 칭찬, 그리고 격려로 상대를 세워주기에 인색하지 않다. 남을 끌어내려도 자기가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 아니며, 남을 높여도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닌데도, 미숙한 사람들은 칭찬과 격려에 익숙하지 않다.
지금 말할 수 없는 고난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면 자기만의 문제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할때, 하늘 아래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독한 참상들, 피비린내 나는 전쟁, 굶주림, 테러, 또한 끊임없는 난민의 대열을 생각한다면 자기의 문제가 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사의 대부분은 상대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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