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세에 그림 그리는 것보다 무엇을 그리느냐가 중요”
▶ 50년만의 귀국 심정 절절히 ‘돌아오다’ 시리즈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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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백수전을 앞두고 평창동의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김병기 화백. 벽에 세워진 그림들이 모두 지난 몇 달동안 새로 그린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100세에 그림을 그린다고 떠드는데, 100세에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그림을 그리느냐, 무슨 생각을 하느냐, 하는 정신성이 중요한 겁니다. 난 늘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요. 100년 세월을 다 거쳐서 종합된 세계, 복합적인 세계를 말이죠. 절충이 아니라 종합된 것이며 제3의 창조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죠”
참으로 놀라운 만남이었다. 서울 평창동에서 만난 원로화가 김병기 선생은 전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다. LA에서 마지막으로 뵌 것이 6개월 전. 노인들은 하루가 다르다는데 싶어서 내심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서울 왔다는 소식을 넣었더니 카톡으로 문자가 날아오고, 이어 보이스톡으로 “내일 당장 점심 먹으러 오라”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4월4일 일본 가나가와현 근대미술관에서의 초청 강의를 끝내고 곧바로 한국에 들어온 김병기 화백은 가나 아트갤러리가 마련해 준 평창동 스튜디오에 머물며 내년 4월 열리는 백수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있었다. 지난 7~8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내년 9~10월에는 일본 전시가 예정돼 있다고 자랑한 김 화백은 “여기서 신작 100점은 그릴 수 있다”며 넘치는 의욕을 과시했다.
“그동안 부산 해운대에서도 한 달간 체류했습니다. 엄청나게 발전한 부산의 모습에 많이 감동했죠. 고층빌딩의 숲이 돼버린 부산의 건축문화를 찬양하지만 한편으론 비판의 날도 세우고 있습니다. 모두 박스 안에 들어가 있어요. 공중에 떠있단 말이죠. 60평, 100평 하면서 누가 더 잘 산다고 키 재기하는데 이런 문제론 행복이 아니라는 겁니다”김 화백은 한국에서 여러 개의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여 더러 완성했고 더러는 작업 중이다. 그 중에 ‘돌아오다’는 50년 만에 고국에 안긴 심정을 표현한 시리즈. ‘귀거래’(Returning)란 제목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이다.
“사실 40년 동안 뉴욕에서 살다가 2006년 LA로 왔을 때 절반은 돌아온 것이었다”는 김 화백은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나라가 아니라 세계의 중심”이라며 “나는 동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세계 문제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건물과 군중에 대한 작업이 많아졌는데 이것은 “선을 중첩시켜 면으로 나가면서 선이 면을 이루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서양미술이 면을 중시한다면 동양은 처음부터 선이 존재해 모든 것을 선으로 그렸다”는 김화백은 “동양에서도 한국이 선의 나라”라고 강조하고 자신이 “겸재 정선과 완당 김정희에 이어서 한국의 선을 가장 잘 그리는 작가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동양에서도 가장 선을 잘 그리는 이유는 지형적으로 리듬이 있기 때문이에요. 비바람과 풍화에 의해 부드러운 노암지대가 많죠.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을 보세요. 그 리듬이 있어서 한민족이 춤도 잘 추고 음악도 잘하는 겁니다. 그런 우리 자신을 세계 속에서 비추어 재발견해야 해요. 미국 팝아트는 버려두고, 우린 본질적인 거 해야 돼요”이 외에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나온 북한산 작품, ‘이 마에스트리’ 합창단의 웅장한 노래에 감동해 그린 그림 등 주변의 환경과 경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촉을 세운 작품들을 계속 그리고 있는 김 화백은 내년 4월 가나에서 백수전 열 때까지 여기서 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는 새로운 걸 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2년이 아주 중요한 시기에요. 2년 열심히 본격적으로 그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한국의 리얼리티, 현대 인간의 실존을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나는 근본적으로 행동적 휴머니스트니까…”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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