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울창하던 숲 속이 붉고 노란색 단풍으로 변하면서 낙엽이 한잎 두잎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며칠 전 들은 한 걸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보따리 하나를 옆에 놓고, 맥없이 앉아있는 한 걸인 옆을 지나가던 한 청년이 그에게 다가가 “여보세요! 저는 당신에게 말해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말해 봅니다. 우리 가정은 망해서 다 흩어지고 형이 병들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좋으니 저를 도와줄 수는 없나요?” 물었다. 청년의 얘기를 들은 걸인은 “지금부터 한 시간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하고는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갔다.
1시간 후 다시 나타난 걸인은 짐 보따리 속 에서 뒤적뒤적 거리다 꾸겨진 봉투에 몇 겹으로 싼 조그마한 봉투를 꺼내 청년에게 주었다. “나는 보다시피 집도 없고 갈 곳도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것이라도 형님 치료를 위해 받으라”면서 꼬깃꼬깃 때 묻은 봉투를 내밀었다. “이 봉투에는 147달러가 들었는데 이것을 모으는데 약 7년 반이 걸렸지요. 나는 이 돈이 없어도 살겠지만, 당신의 형은 치료를 받아야 할 테니 이것을 가지고 가십시오.”
청년은 그 자리에서 그만 눈물보를 터뜨렸다. 잠시 후 눈물을 닦은 청년은 “사실은 이 세상에 얼마나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고 조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실험을 위해 이 일을 했습니다. 당신은 비록 가진 돈은 없어도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졌군요. 이 돈은 그대로 넣어두세요”라면서 봉투를 되돌려 주고, 자신의 지갑에 들어있던 200달러도 다 꺼내 그 걸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에 큰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믿었던 사람에게서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무슨 종교를 믿던, 안 믿던 우리가 이 걸인의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교회에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설교를 많이 듣지만, 이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말로는 사랑한다는 것이 쉽지만 그 마음속에 진실한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는 말이 성경에 쓰여 있다(고린도전서 13장). 투기, 자랑, 교만하지 말고 성내지 말고 모든 것을 믿으며… 등등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실천하도록 노력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걸인이 자기의 전 재산을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내어준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실한 사랑의 실천인가?
7년 반을 힘들게 모은 147달러 전 재산을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그대로 다 내 줄 수 있는 홈리스의 그 선량하고 넓은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밀리어네어(Millionaire)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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