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여사의 압승,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대만의 마잉주 총통 정상회담,IS의 테러로 보이는 러시아 여객기추락 등 지난 며칠 동안 큼직큼직한 뉴스들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뉴스는 소고기와 햄 등 가공육류가 발암 물질이라는 WHO(세계보건기구)의 발표가 아닐까.
미국은 소고기 소비 세계 1위다. 다음이 브라질, 유럽, 중국이다. 돼지고기 소비는 중국이 1위고유럽이 2위 미국이 3위다.‘ 미국음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스테이크, 햄버거, 핫도그다. 그런데 이것들이 발암물질이라니... 우리는미국에서 발암 덩어리를 먹으면서 살고 있다는 말인가. 기가 찰노릇이다. 더구나 코리언의 밥상은 갈비가 상징인데다 김밥에는햄이나 소시지가 들어간다. 보통일이 아니다.
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발표는 왜 쇼킹한가. 육류가 인체에 어떤 해를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지난 수십년 간 연구되어 왔다. 2007년에는 미국 암협회가육류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가능성을 발표했고 2년 전에는유럽의 암학자 47명이 ‘소고기,돼지고기가 암과 연관이 있다’고공동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 “암을 일으킨다”고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WHO의 발표는 그게 아니다. 육류가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냈다는데 쇼킹함이 있다. 특히가공육은 매일 50그램을 먹으면암 발병률이 18% 증가한다고 숫자까지 제시했다. 50그램이면 베이컨 6조각이고 핫도그 1개, 햄 2조각에 해당한다.
그런데 WHO의 발표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 50그램을 먹으면’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코리언들이 매일 가공육을 50그램 먹을까. 매일 50그램의 가공육을 먹으면 연간 18.3킬로그램(약 40파운드)다. 한국인의 식성을 고려한가공육 소비는 연간 4.4 킬로그램이다. 독일은 30.7 킬로그램이고 미국은 이보다 조금 더 많다.
비교가 안된다. 한국인들의 가공육 소비는 걱정할 정도가 못된다.
더구나 미국인들처럼 매일 먹지도 않는다.
더구나 이번 WHO의 연구에는세계 10개국에서 22명의 전문가가참여했는데 그중 7명은 WHO의발표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발표내용처럼 매일 가공육을 50그램씩먹어 암 발병률이 18% 증가했다고 치자. 일반인의 직장암 발병률은 4.5%다. 18% 증가한다면 5.3%가 된다. 먹으나 안 먹으나 암 발병률은 5%선으로 비슷하다.
무엇보다 WHO는 가공육을 담배나 술처럼 발암물질 1등급으로 분류했는데 이는 위험도 등급이 아니라 확실성 등급이다. 햇볕도 발암물질 1등급에 속한다. 육류가 암 유발과 확실히 관계가 있다는 뜻이지 담배처럼 위험하다는뜻이 아니다. WHO 발표에 의하면담배 암환자 사망은 연간 100만명을 넘고 있으나 육류에 의한 암사망자는 3만4,000명으로 되어있다. 술은 60만 명이다, 육류보다 더무서운 것이 대기오염 암 사망(20만명)이다. 만약 가공육이 담배처럼 위험하다면‘ 암 경고문’을 가공육에 부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되면 연간 8,000억 달러에 이르는미국의 육축산업 자체가 흔들리게되며 햄버거 비즈니스가 곤두박질치게 된다.
요즘 한인들이 밥상에 모이면으레 고기(육류)와 암 발병이 화제가 되는데 어떤 여성은 사다놓은소시지와 햄을 다 내다 버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건 신경과민이다. 깊은 지식 없이 WHO의 발표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말을 막 퍼트리는 것은재고해볼 일이다.
<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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