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내 집의 파괴자인가 아니면 수호자인가? 우리는 살면서 적극적인 지구의 수호자는 되지 못하더라도 덜 파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파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 파괴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맞설 것이다.
지난 여름 알래스카 여행을 갔을 때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그곳의 옥색 빙하가 일 년에 몇 센티미터씩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우리는 많은 숫자와 어우러져 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한 도시에 가뭄 때문에 주요 물 공급원인 호수가 하루에 한 뼘 정도씩 줄어든다는 뉴스를 연일 보도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예전처럼 하루하루 살고 있었다.
2~3 개월이 지난 후 호수는 수백 미터 길이의 바닥을 드러내고 정부 당국에서는 급기야 집의 물 공급을 격일제로 한다는 조치까지 하고 나서 삶에 불편함으로 직접 다가오고 나서야 사람들은 심각성을 깨우쳤다.
한국에서 자란 7080세대들은 학교를 다닐 때 여러 가지 정부시책에 따라 각인되거나 습관화 된 것이 많다. 학생들에게 별로 해당이 없을 듯한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든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것은 불로 인한 자연의 피해와 재산의 손실을 막자는 캠페인이었다.
‘한 등 끄기’도 그 중 하나였다. 전기가 부족했었기에 백열전구 보다는 전력소모가 적은 형광등을 켜자고 하였지만 설치비용이 몇 배가 되었기에 바꾸지 못하는 집도 많았고 방 두 개 사이의 벽에 구멍을 내서 그 사이에 전구를 달아 두 방을 한꺼번에 밝히는 지혜는 아련한 추억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필요하지 않은 전등은 찾아다니면서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주변은 어떤가? 조그만 사무실에도 전구가 네 개씩 들어가는 형광등 두 세 개 켜는 것은 예삿일이고 방범에 필요하다며 대낮같이 밝히는 가로등을 줄줄이 밤새 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생활의 형태가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많은 전기가 원자력 발전으로 만들어지는데 원자력 찌꺼기를 자기 삶의 주변에 매장한다고 하면 죽기 살기로 반대하지 않는가?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양치를 하면서 칫솔질을 시작할 때 물을 틀어놓고 끝날 때까지 잠그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양치에 사용하는 물이 1갤런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양치를 하고 물 반 컵으로 입안을 헹구는 우리를 보면 위생적이지 않다고 할지도 모른다.
날 받아 한 달에 한 번씩 목욕탕에 다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얼마나 깨끗하게 살고 있는 것인가? 미국의 가장 큰 지하의 물 자원은 중부지방에 있는데 지금처럼 사용하다가는 머지 않아 땅속이 비어 순식간에 내려앉는 거대한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눈 앞에 벌어진 일이 아니고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런 보고서가 있는지 조차 모를 것이다.
종이는 또 어떤가? 예전에는 연필로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고 또 쓰다가 틀리면 구멍이 날 정도로 지우지 않았는가? 하지만 요즘은 하얗고 깨끗한 종이에 몇 자 쓰다가 틀리면 휴지통에 농구하듯이 던져 버리고 몇 페이지를 타이핑하고 프린트 한 다음 몇 군데 틀리면 수정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프린트하는 것은 낭비도 축에도 들지 못하는 것 같다.
자연은 받은 대로 되돌려 주게 되어있다. 우리가 낭비하며 마구 대하면 재앙으로 사랑으로 대하면 순리대로 돌려 줄 것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 이것을 수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구를, 자연을 힘들게 하거나 낭비하지 말고 우리가 태어날 당시대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게 가장 큰 지구의 수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지구 수비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송권식 포토맥 문학회 후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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