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빵에 국화 있는 것 봤는가? 붕어빵에 붕어 없다는 얘기는 어린 시절에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런데 몇 주 전 서울 방문길에 이런 말들을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해 보았다. 아들 부부가 월차를 내 효도관광으로 잡은 목적지는 서울 삼청동 북촌 마을과 이화동 뒷쪽에 자리 잡은 낙산의 벽화마을이었다.
낙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벽화를 찾았으나 벽화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동네 주민에게 물었는데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더 올라가세요. 가도 별로 볼 것이 없을 턴데요...” 말꼬리가 흐려지는 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헉헉거리며 가파른 낙산의 언덕길 너머 찾아간 벽화 마을에는 벽화가 없었다. 고작해야 빛바랜 페인트 그림 열 서너 점이 낙후되고 어지러운 골목에 숨어있었을 뿐이다. 벽화 없는 벽화마을에서 벽화를 찾아다니는 중국인들을 보니 안쓰러워 보였다.
영상으로 보았던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이 생각났다. 온통 하얀색의 작은 섬 마을. 군데군데 파란 하늘색의 돔들을 배경으로 펼쳐진 평화롭고 드넓은 바다색의 조화가 세계인들을 자석처럼 끌어 모은다. 낙산공원도 벽화만 제대로 갖추면 조금도 모자라지 않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낙산에서 내려다보는 강북 서울은 파노라마 그 자체였다. 공원 건너편 멀리 남산타워와 오른쪽으로는 북한산과 백운대 인수봉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서울 강북을 보려면 남산이 아니라 낙산이 제자리였다. 서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제 벽화 마을에 벽화만 그려놓으면 서울의 진면목을 더 많은 이들에게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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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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