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 초순이면 나는 미국 내외에 사는 친지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나 선물을 보내고 그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선물의 내용이 무엇이든지간에 선물을 받을 때에는 나를 생각하며 준비하는 친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을 주면서도 오히려 약소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때는 나를 향한 그분의 사랑이 가득 담긴 마음에 감사하게 된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네가 김장 김치를 담궜는데 맛보라고 몇 포기를 보내준 친구의 따뜻한 마음씨가 묻어 있는 선물을 받을 때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척도요 징표이기도 하다. 또한 그러한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받으면, 감사함과 더불어 지극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추수감사절 저녁에 막내아들의 약혼녀가 그녀의 어머니가 손수 만든 맛있는 떡을 나에게 선물했다. 그 답례로 나는 나의 주특기인 단팥죽을 만들어 그녀에게 대접을 했다. 이 귀여운 아가씨는 단팥죽 한 그릇을 다 비운 후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와 나의 두 손을 꼭 쥐면서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말없이 서로 잡은 손으로 아가씨의 따뜻한 사랑의 전류가 나의 마음속으로 흘러 왔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신문이나 잡지, TV방송 등을 통해서 아름다운 미담이 담긴 선물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내가 기억하는 사랑의 선물에 관한 이야기 중에 가장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백범일지’중에서 윤봉길 의사가 의거 바로 직전, 김구 선생과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의 기록이다.
“거사가 예정된 아침에 25세의 윤봉길은 담담한 얼굴로 식사를 끝내고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제 시계와 선생님의 시계를 바꾸시지요. 제 것은 어제 의거 선서식 후 6원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선생님의 시계는 2원 짜리입니다. 제 시계는 이제 앞으로 1시간밖에 쓸 일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서로 시계를 바꾸었다. 식장을 향하여 떠나는 윤 군은 자동차에 앉아서 그가 가졌던 돈을 꺼내어 내게 주었다. ‘왜 돈은 좀 가지면 어떻소?’ 라고 묻는 내말에 윤군은 ‘자동차 값을 주고도 5-6원은 남아요.’ 할 즈음에 자동차가 움직였다. 내가 목이 메인 목소리로 ‘후일 지하에서 만납시다.’ 라고 말했더니, 윤 군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의 홍커우 공원에서 ‘상하이 사변’의 전승 축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져서 상하이 일본군 사령관, 주요 군 수뇌부들과 일본공사에게 중상을 입히고 일본군에 체포되어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1932년 12월 19일 25세의 젊은 나이로 오사카 교도소에서 총살형으로 순국했다.
윤 의사는 죽기 한 시간 전의 절박한 그 순간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구국의 일념만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안녕을 오히려 배려하고 담대히 죽음 속으로 떠나간 젊은 영웅의 마지막 사랑의 시계 선물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이 주는 선물보다도 고귀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땅에 사는 우리는 윤봉길 의사의 영웅적인 순국에 힘입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고, 자유를 향유하며 편안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들은 복잡한 도시 속에서 공간적인 거리는 좁아지고 두터워졌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배려의 온기는 한기를 느끼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음지에 놓인 삶에 지치고 힘든 이들의 체온을 데울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의 선물로 위로하며 아름다운 삶을 나누기를 소망한다.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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