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이 실리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 온다. 그리고 최근 국정 교과서에 대한 글에 대해서는 반대보다는 찬성과 격려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 찬성하는 분들 중에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한 부류는 나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국정화는 반대하지만 지금 하나밖에 없었던 우파적인 교학사 발간의 교과서에 뭇매를 주어 아무 학교에서도 사용 못하게 하면서, 좌파적인 7개의 교과서만 쓰게 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 할 때에, 올바른 교과서들을 만들 분위기가 됐을 때 까지만 ‘한시적’으로 국정화 하자는 나의 주장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한 부류는 나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라 하면서, 한때 정동영이란 야당 대통령 후보가 노인네들은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 하면서, 20대 나이의 유권자 투표율이 높으면 자기가 당선 될 것이라고 했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됐고, 전교조의 좌파들에게 교육을 받은 20대 청년들이 오히려 좌파에 등을 돌렸고 그들이 좌파들의 북한 찬양 시각을 전혀 믿지 않는다 하면서 걱정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상고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여 매우 놀랐다. 나의 글의 한 부분을 다시 상기하면 다음과 같았다. “국정 교과서가 지속된다면 국민적, 국가적이란 웅덩이를 파고 그 속에 틀어박혀 있는 우물 안 개구리의 극우, 보수들이 입김을 집어넣어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우리의 후손까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세계인들에게 바보 정도가 아니라 웃음거리로 만들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반갑게도 지난 11월 7일자 한국일보에 고조선 전문가 송호정 교수의 “역사 교과서, 현대사보다 상고사, 고대사가 더 걱정” 이란 제목으로 글이 실렸다. “역사전공자도 아닌 사람들이 역사전공자들을 식민사학자로 매도하고 있다.” “단군은 신성성만 있을 뿐 역사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는데 일제식민사학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사실 나도 ‘환단고기’ 라는 책이 판타지 소설이라 했다가 친일, 식민 사관이라고 비난을 받은 적도 있고, 내가 그 책의 허황된 사항들을 지적하면서 20세기에 어찌 난데없이 나타났느냐 했더니 일본 놈들이 환단고기를 뒷받침 해줄 오랜 역사책들을 모두 불살라 버려서 한 권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설명에 그만 입을 닫지 못했었다.
그러던 차에 11월 14일 다시 한국일보의 황영식 논설실장이 아주 의미심장한 글을 실었다. 제목이 “민족의 역사, 땅에 역사” 였다. “한국사의 첫 나라인 고조선의 건국설화로써 단군신화는 민족 전체성의 오롯한 뿌리가 된다. 그런데 신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역사로써 읽다보면 오히려 그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다! 역사는 과학이어야지, 애국, 애족이 최선이어서 다소 왜곡되고, 과장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매국노요, 식민정신이요, 친일파로 매도 돼서는 안 된다. 내 손자는 미국 시민권자의 아들의 아들이고, 미국의 시민이자 이제는 세계의 시민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 균형 잡힌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
현대사는 아마도 넉넉히 잡아 20년 안에 논쟁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는 좌파적인 시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으로 결정 날것이다. 그래서 현대사 논쟁에 대해서 그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고사, 고대사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나의 손자가 세계를 보는 눈이 잘못 된다면 정말 걱정이다. 그래서 나는 교과서 국정화를 한시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종국적으로 국정화를 반대 하는 것이다. 올바른 상고사 ,고대사 교육 속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은 심어주되 세계를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게 키워야한다.
<이영묵 전 워싱턴 문인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