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막을 내린 4대 여자프로골프협회 대항전 더 퀸즈대회 우승을 거둔 일본팀 주장 우에다 모모코(29)는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더 퀸즈는 친선 교류 성격이 강한 이벤트 대회지만 일본에게 한국은 반드시 꺾고 싶은 상대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뿐만 아니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도 우승을 독식하는 한국을 넘어서고, 한ㆍ일 대항전 3연패를 설욕하고자 했던 의지가 일본팀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최종라운드 싱글매치에서 무섭게 일본을 추격했던 ‘골프강국’ 한국이 결국 일본의 ‘페이스 메이커’역할을 한 셈이다.

일본에서도 ‘골프 한류’의 바람은 거세다. 여자골프뿐만이 아니다. 한국 골퍼들은 남자 대회까지 독식할 기세다. 김경태(29ㆍ신한금융그룹)는 2010년에 이어 올 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을 차지했다. 김경태는 지난달 29일 끝난 JGTO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상금왕을 확정했고, 지난 6일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JT컵에서 상금 177만2,092엔을 더해 시즌 상금 1억6,598만1,625엔(1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상금 2위는 1억399만9,119엔의 미야자토 유사쿠(34). 미야자토는 시즌 평균 타수에서도 김경태(69.83타)에게 1위를 넘겼다. 올해 신인상을 수상한 송영한(24), 일본 투어 통산 3승의 황중곤(23) 등도 떠오르는 기대주다.

더 퀸즈 대회 주장을 맡았던 이보미(27ㆍ마스터스 GC)가 일본에서 누리는 인기는 ‘이보미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스마일캔디’, ‘보미짱’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이보미는 이미 그린 위의 아이돌이다. 올 시즌 7승(2억3,049만7,057엔)으로 일본 남녀프로골프 사상 최다 상금을 경신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귀여운 말투와 늘 웃는 자세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샀다.

일본 특유의 개인주의는 골프 한류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했다. 더 퀸즈 대회 내내 한국을 응원하는 일본 갤러리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일본인임에도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보미의 현지 팬클럽 회장인 아베 다카시(59)는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이보미나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보미뿐만 아니라 전인지(21ㆍ하이트 진로) 김세영(22ㆍ미래에셋) 등에게도 사인을 요청하는 일본팬들도 많았다.

일본 갤러리들에게 이미 한국 골프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인식 된지 오래다. 대회를 찾은 시나다 도모아키(69)는 2년 동안 12번이나 한국의 KLPGA 투어를 방문할 정도로 한국 골프에 심취해 있다.

그는 “한국 골퍼들이 LPGA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KLPGA도 강할 것이라고 생각해 방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고야-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