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전 한국에서는 국정감사가 진행중이었고 국정감사의 피감기관 피감자이던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장이라는 분이 아주 번쩍거리는 훈장을 단 몇사람들을 거느리고 워싱턴에 왔다. 보훈처 장관의 자제, 자숙권고도 아랑곳없이 무소불위로 군부독재시절에나 하듯이 떵떵거리면서 이민사회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걸판진 자리를 만들어서 흥청망청 자기들만이 나라를 구한 것인 양 한 바탕 휘젓고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공금 5억원 횡령으로 80을 앞둔 조남풍이 11월 30일 구속되었다. 그는 내가 특전사령부 낙하산 훈련병 시절 교육사령관이었다.
그들이 무슨 돈으로 미국에까지 떼지어 다니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했는지, 눈에 거슬렀지만 그 때는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그냥 지나쳤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2013년8월14일 국회에서는 월남전 참전자 예우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당시 민주당의 문병호(인천,부평)라는 국회의원이 월남참전용사 전투수당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꺼냈다. 한미양국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약속이나 한 듯이 답변을 안해주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 국가간에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도 희한하다. 일본정부가 1965년 한일협정에서 위안부보상이 끝났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민간에서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서 얻어낸 답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정부에서야 구태여 답할 필요가 없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미 어떤 식으로든지 누구에겐가 지불을 다 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경우가 다르다. 그리고 당사자인 참전용사들은 더욱 그렇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가져온 돈을 경제개발자금으로 차용해서 경제성장의 바탕을 이루었다면 그대로 발표 하면 될 것이고, 못 받았다면 청구를 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그 지원금으로 경제규모가 당시보다 1천배나 커졌으니 정부에서는 참전용사들에게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만약 받지 않았다면 그것은 참전용사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고 일제하의 위안부보상보다도 더한 독립 대한민국 정부의 직무유기이다.
왜 못하는가, 왜 이런 일에 집권 새누리당은 침묵하는가, 눈만 뜨면 참전용사단체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야당의원이 이런 문제를 물고 늘어져야 하는가, 거기까지는 그렇다치자.
정작 이런 문제의 당사자들을 팔아서 자리 깔고 있는 사람들, 재향군인회, 월남참전 전우회 같은 단체를 맡은 소위 ‘단체의 장’들은 단체의 구성원인 회원들의 권익을 우선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들의 요구와 불만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대변해야 하는가,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본인들이 그런 자리에 가서 박수치고 먹는 음식이 동료전우들의 피와 땀이라는 생각은 정녕 해보지 못한단 말인가, 그런 기본도 모르고 회장입네, 고참이네 하면서 지금 앉아있다면 그 또한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가 없다. 전훈과 무공이 영원히 빛나게 하려는 자가 있다면 이제는 예비역으로서 현역 때의 ‘상명하복’만 붙들고 있어서는 곤란한 시대이다. 전장에서도 부하를 내 몸처럼, 내 몸 이상으로 아꼈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수많은 무공전사들이 있었다.
위만 쳐다보는 것으로 직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데서 이번 같은 일들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조남풍처럼 호가호위하려는 당신들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총알을 비켜서서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미안하고도 면구스러워하는 수많은 예비역과 전우들이 이런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http://cafe.daum.net/BonghaWashington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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