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장애인 센터 입구 현판에 쓰여진 ‘비교하지 않는 마음, 건강한 마음’이란 문구가 가끔 떠오른다. 그 때는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들을 향한 외침’으로 생각했는데, 내담자들을 통해 그것은 세상을 향한 외침뿐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와 어른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바램임을 또한 보게 된다. ‘엄친아' 혹은 ‘엄친딸' 등의 유행어가 집 밖에서 일어나는 비교라면, 더욱 서럽고 아픈 것은 집안 내에서 형제자매 간에 일어나는 부모의 편애와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무심고 툭~ 내뱉는 비교의 말임을 내담자들의 상처를 통해 본다.
내가 만난 내담자들의 마음 속에 비수처럼 꽂힌 상처는 옆집 친구와 비교가 아니라 형이나 언니, 또는 동생과 비교에서 온 것이 많다. 부모가 설사 다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해도 마음 저변에는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라는 근본적인 신뢰가 자녀 밑바닥에 깔려 있어 '내가 더 잘 되기를 바래서지'라는 부모의 숨은 의도를 헤아려 불편하지만 깊은 상처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생명을 준 부모의 다른 형제자매와 차별 및 편애는 존재감 자체를 흔드는 위험한 일이다. 편애를 당한 자녀가 부모와 다른 형제자매를 향해 가지는 분노, 배신감, 억울함과 절망감은 어른이 된 후에도 떨쳐내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에 대한 반항과 배신감은 직장이나 단체생활에서 상사나 권위자에게 반항과 충돌로 나타난다. 또한 형제자매와 심한 갈등을 겪었거나 편애를 경험한 경우, 동료와 지나친 경쟁이나 질투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부모의 미성숙한 언행이 부모자식 간의 신뢰와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빼앗아 관계가 단절된 형제자매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본다.
이런 아픈 결과를 뻔히 앎에도 불구하고 편애를 멈출 수 없는 건 뭘까? 자신 역시 부모로부터 편애의 상처를 물려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편애 당하던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한 자녀를 편애하거나, 반대로 자신을 닮은 자식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투사(projection)하여 미워하기도 한다. 아직 내 안에 부모가 휘두른 편애란 비수(匕首)의 상처가 남아 또 다른 편애를 낳고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기를 권한다.
편애하는 부모도 그럴듯한 이유는 있다. ‘공부를 잘해서' ‘나를 닮아서' ‘말을 잘 들어서' ‘나처럼 둘째라서' 등의 이유로 더 예뻐하기도 하고, ‘도대체 눈치가 없어서' ‘생긴 게 미워서' ‘시댁 식구 닮아서' 등의 이유로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미워하기까지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분명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이 있음을 자신은 안다. 그 것이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우리 부모들의 한계라면 그 한계를 인정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자.
첫째로 비교하는 말을 의식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피하려고 애썼던 것 중의 하나가 비교하지 않는 거라 비교하는 말은 삼가하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릴 때 남편이 큰애와 작은애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랬다. 말로는 편애하지 않으려 했으나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터치, 그리고 행동에 대한 반응 등이 달랐음을 보게 되었다. 당시 5살이던 큰애는 짜증도 많고 까다로와서 더 냉정하고 무섭게 대한 반면, 작은애에게는 따뜻하고 사랑스런 눈길이 갔던 것이다.
비언어적인 편애를 인정하고 멈추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하니 큰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성격이 반대인 두 아이들이 절친이 되어 함께 수다 떨며 운동도 같이 하는 것을 보면서 비교를 접은 후 귀한 열매를 얻었다. 만약 우리 부모가 내게 이런 유산을 남겨주지 않았다 해도, 우리 자녀에게 내가 어떤 선물을 줄 것인지는 이제 나의 몫이며 선택 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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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