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내가 느끼는 세월의 속도는 무엇인가? 입과 손에 ‘2015’ 라는 숫자가 이제 막 익숙해졌는데 다음 달 부터는 ‘2016’을 써야 하니 당분간 또 생소하기만 할 것 같다. 우리는 재산, 옷, 자동차, 집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얼마만큼 가져야 충분하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옛말에 많을수록 좋다는 뜻의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하는 데 정말 그럴까?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의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대목이 있다. ‘이렇다 저렇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행복은 결코 많고 큰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거나 적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좋은 것을 많이 가진 것만이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것을 실천하며 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몇 년 전 한인이 운영하는 골프샵에 갔을 때의 일이다. 금빛 번쩍이는 드라이버가 있어 눈길이 가서 한 번 폼을 잡아 보는데 매장 직원이 득달같이 달려와 하는 말 “골퍼라면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골프를 할 수 있지요.”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던 내가 골프를 잘 치고 싶은 욕심에 귀가 솔깃해졌다. 형편이 되지 않아 포기하였지만 이후에 골프 하면서 잘 풀리지 않을 때 ‘그 드라이버를 가졌더라면 잘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 보기도 하였지만 정말 그럴까?
현대사회는 더 많이 더 좋게라는 의미에서 ‘하나만 더, 조금만 더‘라는 덧셈 방식에 의존해서 살아가게 한다. 남들 보다 더 비싸고 더 좋은 것을 먹어야 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명품을 입고 들어야 하며, 남들보다 더 크고 비싼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 친구 부부는 둘이서 일만 스퀘어 피트도 넘는 집에서 살면서 겨울에 집 전체를 따스하게 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어 아까워 최소한 공간에만 틀고 침실에 조그만 난로로 온기를 더하며 산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큰 집은 관리하기 힘들고 공간이 많으니까 자꾸 뭔가 사들여 물건만 많아지는 게 싫다면서 아주 작은 집에서 산다.
최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타루마리’라는 빵집을 경영하는 와타나베 이타루의 저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 친환경적 빵을 굽기 위해 ‘뺄셈’ 방식으로 빵을 만든다며 이런 내용의 설명을 한다. ‘순수 배양균, 즉 이스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천연 배양균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설탕, 버터, 우유, 계란을 배제하여 빵을 만드는 것을 뺄셈 방식의 빵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 빵집에서는 이런 부재료를 사용하는 이유가 반죽을 촉촉하게 부드럽게 해주고, 풍부한 풍미와 향을 내며, 반죽의 노화를 막으면서 다루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루마리’에서는 순수한 본래의 빵맛을 지키고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더하지 않고 천연균과 유기농 밀을 이용한 친환경적 빵을 굽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뺄셈방식’이라 하였다.
요즘 식당이나 TV 등의 언론을 통해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 같은 현상은 필요 이상의 영양섭취나 적은 열량소모로 몸에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못 먹고 못 사는 시절에는 듣도 보도 못한 현상으로 줄이는 것의 필요성이 다이어트다. 12월은 2015년 시작할 때 ‘어떤 것들을 하려 했고 얼마나 이루었나?’를 돌이키며 새해를 위한 일들을 생각하는 시점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쓸데없는 일을 자제하는 ‘뺄셈경제’를 적용해서 새해 구상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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