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乙未)년을 보내면서 120년 전 을미년 1895년에 있었던 국가적 굴욕을 상기한다. 당시 일본공사의 지원을 받은 야쿠자 10여명이 조선 왕궁에 난입하여 명성왕후를 강간, 살해한 치욕적 사건을 회고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국력을 신장해야 한다는 것을 자라나는 세대의 뇌리에 심어줘야 할 것이다. 역사는 이 사건을 을미사변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사실은 그때 범행에 가담했던 가해자중 한사람이 남긴 기록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이와 상반된 일화도 있다. 시해된 사람은 명성황후의 복장을 하고 있던 궁녀일 뿐이고 명성황후는 궁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는 설도 있지만, 그 후에 그의 생존에 대한 증거가 제시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자의 기록이 더 신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전언이 맞는다 하더라도 가해자의 의도는 명성황후를 시해할 의지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에 가해자는 황후를 시해한 죄에 대한 응징을 받아야할 행위이다. 이것을 영미법에서는 ‘오인된 고의(Transferred intent)’라 한다.
이러한 참사의 원인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임오군란에서 부터 설명되어야 한다. 일본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조정은 일본군 장교를 중심으로 한 일본식 군대(신식군대)를 편성하여 구식 군대와 함께 이원화된 군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우 면에서 구식 군대는 신식 군대에 비해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1882년 수개월간 밀린 급여를 지급함에 있어서 구식 군대에 지급된 쌀에 많은 부분이 썩은 쌀과 모래로 채워져 있었다. 이에 분노한 구식 군대 병사들은 배급을 담당하든 관리를 심하게 구타하고 군 본영에 난입해서 항거하던 도중에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 당시 실세인 민비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대원군에게 전가 했다. 민비의 배후인 청나라는 대원군을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대원군은 세력 다툼에서 밀려난다.
1893년에 일어난 전봉준의 동학운동은 그 세가 확장하여 1894년에 이르러 정부에 항거하는 동학란으로 발전하여 전라 관아를 점령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 세가 한양에까지 올라올 것을 염려한 민비 측은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했고 원세개는 전라도에 청국 군대를 상륙시켜 전봉준을 체포하고 동학란을 평정한다. 조선에서의 영향력 경쟁에 있던 일본이 이를 좌시할 리 없다. 일본과 청국은 조선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겠다는 조약을 체결한 상태라서 일본은 청나라의 동학 란 개입에 항거하며 일본 역시 군부대를 파견하여 천안 근처에 주둔시킨다.
두 나라 군대는 소규모의 교전으로 시작됐지만 결국 청일전쟁의 불씨가 되었고 단지 수개월만인 1895년 4월 청나라는 일본에 항복하고 일본은 조선을 완전히 장악한다. 조선은 친일인사로 내각을 구성한다. 갑신정변 실패로 미국에 망명했던 서재필이 귀국하여 독립신문을 창간하여 백성을 교화하는데 전념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일본이 조선을 서류상으로 수중에 넣은 것은 1910년 한일 합방이지만, 그 5년전 1905년에 있었던 을사 보호조약으로 조선은 외교권을 상실한 허수아비 욍실로 전락했고, 그보다 10년 전 1895년 을미년에는 일본이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후 실질적으로 조선을 지배했다. 일본 야쿠자가 왕궁을 활보하며 왕비를 강간한 사건만 봐도 조선이라는 나라는 존재 하지도 않았다.
여자가, 특히 왕비가 강간을 당한다 함은 죽음보다 수백 수천 배의 치욕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 처참한 것은 이에 항거하지 못하고 침묵한 왕실과 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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