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을 읽을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젊은 아내는 머리카락을잘라 팔아서 시곗줄 없는 남편의시곗줄을 샀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부인의 머리핀을 샀다는 이야기.
요즘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이해할까? 우리처럼 가슴이 뭉클할까? 전쟁 후 먹을 것 입을 것 없이살아야 했던 우리는 머리카락 팔아 시곗줄 사는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야기를 주변에서얼마든지 보며 자랐다.
가난한 시절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있던한 분이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분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고 했다. 전쟁 치르고 난 후 누구나어렵게 살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전 복이 많았습니다. 부모님 사랑은 오래 누리지 못했어도주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참으로많은 사랑 받으며 살았으니까요.”칠순이 넘어 연세가 드시니까 그분은 사랑의 빚을 진 분들 생각이 더나시나 보다.
“제가 논산 훈련소에 있을 때에요. 절 찾아 면회 올 사람은 아무도없었지요. 동생은 어렸고, 시집간누이 두 분은 면회 올 형편이 아니었지요.”그런데 그분이 부모 일찍 여의고고생한다고 끔찍이 사랑해 준 사촌 형님이 계셨다고 한다.어느날 그사촌 형이 과자 한 봉지 사들고 그를 면화하려 왔다.
“얼마나 좋던 지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도 면회 온 사람이 있다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지요. 과자를 다른 훈련병들한테 돌리면서 얼마나자랑을 했던지… ”한참 들떠있는데 사촌 형이 시간을 물었다. “야, 너 만나니까 너무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구나. 갈 시간 됐겠다. 기차 놓칠라. 지금 몇 시냐?”그래서 그분이 “ 형님 시계 어떻게 하셨어요?” 하고 되물으니 형님이 대답했다.
“너 보러 가야겠는데 돈이 있냐?시계 팔아서 기차 값 하고 과자 산거야. 시계는 돈 벌어 다시 사면돼.”그분이 훈련소 친구들과 좋다고나누어 먹은 과자가 바로 형님의시계였던 것이었다. 그 형님의 말이이어졌다.
“네가 날 보고 좋아서 입이 찢어질 걸 생각하니까 시계가 다 뭐냐싶더라. 신나서 뛰는 네 모습을 어떻게 돈으로 치겠니? 걱정 마. 나중에 더 좋은 시계 살 거니까.”오 헨리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준 것은 사랑이었기에 우리의 가슴은 아릿하고 뭉클하다. 사촌 형이 시계 팔아서 사온 과자, 그 과자 나누어 먹으며행복했던 형제. 그 역시 사랑의이야기였다.
이번 성탄엔 나도 사랑을 살 수는 없을까. 앞으로 몇 번 남지도 않은 성탄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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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혜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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