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멋지게 새해 첫 테이프를끊은 것 같다.
시애틀에 사는 아들이 남가주에 내려와서 1월1일 새해 첫날 LA 카운티 미술관에 함께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아들이 발목을 삐어서 바로 전날 방문을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
하는 수 없이 남편과 함께 갔지만,솔직히 나는 아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전시를 다시 본다는 설렘이 없진 않았다. 나는 이미 3개월 전에 관람했던 전시였다.
LA 디즈니 콘서트홀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설계로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전시회였다. 9월 말에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12월말까지 티켓이 모두 매진되어 할 수없이 1월1일 관람을 택하게 된 것이다.
신년 명절인 만큼 미술관에는 우리 부부만 덜렁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인파가 밀려 보통 때보다 주차가 더 힘들었다. 방학이라 그런지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많이 온 것 같았다.
전시회에는 전통적 건축양식을 뛰어넘어 고유의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을 발휘한 게리 건축의 축소 모형,스케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물고기 모양의 건물, 구겨놓은 헝겊 같은 건물, 천 조각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은 자유자재의 건축물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는 요즘 기존의 오래 된 건물 외부를 보자기처럼 씌워서 옛 건축의 미와 초현대적인 미를 모두 보여주는 건축양식에 몰두하는 것 같은데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대표적인 건물은 파리에 있는 루이뷔통 본사다.
전시회를 두 번째 방문하는 것이라 이번에는 전시보다 그의 일생과 철학,작품 제작과정 등을 담은 비디오를 보는데 더 시간을 할애했다. 그가 어떤 예술가인지 좀 더 알고 싶었다.
프랑크 게리는 캐나다에서 태어난미국 건축가로 본명은 프랭크 골드버그. 강한 성격의 첫번째 부인이 이름을 골드버그 대신 게리라고 고치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고쳤다며 농담을 하는그는 86세의 노장으로 현대 건축의 이정표를 세운 사람이다.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사가 “다르게 생각하라”는 그 유명한 광고물에 그의 얼굴을 넣을 정도이다.
그는 자신의 거실에 있는 어항 속 붕어를 보다가 영감을 얻고,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3개의 꽃병을 보다가 세쌍둥이 빌딩을 짓는다. 직선과 사각형의 전통 건축양식에서 완전 탈피하여 재료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자유로운 조형미를 맘껏 창조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건축물을 춤추는 조각품이라고도 표현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등 천재 예술가들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 백남준, 완전 새 건축양식을 창안해 놓은 프랭크 게리, 첨단 테크놀로지에 예술적 감각을 덧입혀 상품화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이이 시대의 천재들인 것 같다.인자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프랭크게리. 새해 첫날 그를 다시 만나게되어 행복했다.
새해에는 이런 예술세계에 좀 더 깊이 들어가 마음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더 나아가 황홀감을 만끽하고 싶다.
<
장경자 패사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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