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이부진 사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파경이 화제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삼성 평사원과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해 2000년대 감동의 스토리로 회자 되었었다. 그런데 결혼 15년 만에 가정파탄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의 재벌 3세 - 특히 딸의 경우 대부분 결혼이 파경에 이르고 있다. 신라호텔 이부진을 비롯해 이병철 회장의 장손녀인 이미경(CJ그룹 부회장),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롯데쇼핑), SK그룹 최종현 회장의 외동딸인 최기원(SK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현대 정몽구 회장의 딸 정윤이(비치호텔 전무),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딸 임세령, 코오롱그룹 이동찬 회장의 딸인 이경주, 그리고 포스코 박태준 전 회장의 둘째 딸과 넷째 딸(전두환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과 결혼)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재벌 1세들은 거의 이혼이 없으며 이혼은 조강지처를 버린다는 뜻으로 해석해 둘째 부인을 두면 두었지 이혼은 절대 하지 않았다(이병철, 신격호, 정주영 케이스). 특히 현대그룹은 가풍이 엄해 정주영 회장 생존 시 8남1녀 중 이혼한 2세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3세에 이르러 현대에서도 이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재벌 3세들의 결혼형태는 대부분 통혼이거나 아니면 부모 의사에 반하는 완전 자유결혼이다. 통혼은 집안끼리 상대방 자녀를 점지해 두었다가 나이가 되면 부모들 주선으로 결혼하는 형식이다. 삼성의 이재용과 대상그룹의 임세령 결혼은 이들의 어머니인 홍라희와 박현주 여사가 불자모임인 불이회에서 만나 이루어진 통혼이다. SK의 최종현 회장은 평소 “내 딸은 우리 사원에게 시집 보낸다”며 자신이 직접 정보시스템에서 일하던 평사원과 결혼 시켰다. 아들 최태원과 노태우 대통령의 딸 노소영도 해외유학에서 만났지만 통혼에 속한다. 반대로 이부진의 경우는 이건희 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유결혼으로 이루어낸 로맨스의 열매다. CJ의 이미경 부회장은 집안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정교사인 김석기와 연애결혼 했으나 실패했다.
이 두 형태의 결혼을 들여다보면 부모들이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재벌집안의 위계질서는 특이하다. 부모들이 재산분배권을 쥐고 있어 자식들이 항상 부모의 눈치를 봐야한다. 때문에 부모가 반대한 결혼은 불행해지기 쉽다. 연애결혼이란 따지고 보면 서로 반해서 결혼하는 것인데 반한다는 것은 유통기간을 지니므로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3세들은 유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부자다. 딸들도 엄청난 부를 지니고 있다. 여성인데도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하다. 남편 없어도 얼마든지 혼자 살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남편과 사는 것이 짐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혼율이 높다.
고통은 인간을 성숙시키고 겸허하게 만든다. 재벌 3세들은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시 태어남이 없다. 영혼에 불이 켜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마음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결핍을 모르고 사는 데도 항상 결핍감을 느낀다. 깨달음 없는 종교 믿으나 마나고 자기희생 없는 사랑은 하나마나라는 말이 있는데 재벌의 자녀들은 자기희생을 배우지 못한 젊은이들이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다. 그것은 숙명이다. 그러나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은 숙명이 아니라 운명이다. 산다는 것은 만난다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는 것을 재벌 2·3세들의 가정파탄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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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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