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을 앓고 있는 젊은 엄마가 첫 번째 키모(항암치료)받고 나서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더는 못하겠다, 차라리 포기하고 죽겠다, 하며 눈물만 흘리고 있는 거야. 내가 물었지. 뭐가 제일 힘드냐, 걱정되냐고. 그랬더니 그 엄마 말이 ‘제 어머니가 지금 내 나이 때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언니와 제가 초등학교 다니고 있었지요. 저것들이 나처럼 엄마 없이 자라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고, 그런 생각 하면 가슴이 메어져 숨이 넘어갈것 같아요. 어쩌면 이럴 수가...’ 하면서 또 눈물 줄줄 흘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어.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멀쩡한 사람도 싸고 누워 불쌍한 내 새끼들을 어찌한단 말이냐 하며 눈물 짜고 있으면 무슨 밥이 입에 들어 가겠냐, 또 들어간들 살이 되고 피가 되겠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무슨 약을 혈관에 넣는다 한들 약이 제대로 일 하겠냐?’ 하면서 오히려 내가 열불 올렸어. 내 말 틀리니? 그랬더니 그 젊은 엄마가 말하더군. ‘그러니 어떻게요? 현실이 그런 것을…’하며 또 우는 거야.”
“그렇죠. 그 엄마 말이 틀린 건 아니죠.” 이해하고도 남을 소리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너 머리는 뭐하는데 쓰기 위해 있니? 머릿속의 생각을 바꿈으로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걸 왜 포기해?
내가 그 엄마한테 말했어. 나라고 생각 없었겠냐? 나 역시 누구 못지 않게 휴가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쌓인 일거리가 많아 바삐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이번 기회를 잘 됐다, 나만을 위한 기회로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그래서 꿈에서나 가 보던 하와이의 호놀룰루로 가자 하고 마음 먹었다고. 하와이 같은 따뜻한 휴양지, 파도 철썩대는 해변, 야자수 그늘 밑, 거기 누워 내가 평생 원하던 드림 휴가를 즐기는 기회다, 하고 마음을 바꿨다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테이프들, 책들, 글 쓸 공책들을 챙겼어. 어린 자식 둘 데리고 사는 살림이 오죽 바빠? 뻔하지. 언제 책 한번 맘 놓고 읽을 수 있어? 음악 들으며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 있을 시간 있어? 하지만 키모받는 동안은 내가 누워만 있다고 해서 누가 말려? 그렇게 마음 먹고 키모받는 동안을 꿈의 하와이 휴가로 바꾸는 거야.”
“그렇게 되던가요?” 내가 물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뭘 가리니? 내가 살아야 자식들도 살 거 아냐? 누워서 불쌍한 자식들 생각하고 눈물 짜고 있으면 일이 해결돼? 멀쩡한 사람도 구토 나겠다. 나는 그리 생각을 바꾸고 키모 받았다, 그러니 키모가 금쪽같이 귀한 휴가 시간이 된 거다, 너도 그처럼 마음을 바꾸고 키모에 대처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어.”
“그렇게 했대요?”
“첫 키모땐 사람이 반쪽이 되고 너무 힘들어 오히려 죽는 것이 낫겠다고 애통하던 환자였잖아? 이왕 죽을 거면 키모도 그만두고 살 수 있는 데까지 살다 죽겠다 했던 사람이잖아? 그런데 기적같이 두 번째 키모를 이겨 낸 거야. 그러니까 그 다음 것도 다 이길 수 있었지.
하루는 그 환자의 남편이 날 꼭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해 왔어. 자신도 아내가 첫 번 키모 받고는 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 앞이 캄캄했었대. 그런데 두 번째 키모부터는 어떻게 된 것인지 멀쩡하게 키모 다 받고, 그 다음부터는 인생관이 바뀌고 사람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거야. 아내가 그러더래. 영이 씨 말 듣고 밑져야 본전이니 자신도 키모 받는 동안을 따스한 바닷가 해변서 오래 꿈꿨던 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바꾸었다고. 그렇게 했더니 정말 인생관조차 달라지더래. 그래 지금은 멀쩡하게 다 나아서 큰애는 대학 다니고, 작은애는 고등학교 졸업반이야. 얼마나 감사하니? 매년 연락이 와. 만약 그때 키모 중단했더라면 어찌 될 뻔 했겠어?”
휘청거리게 어지럽고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언니 같은 사람 있어 살맛 다시 찾는다. 고맙고 감사하다.
<김성혜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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