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나면서 “역시 선거는 ~”이란 말이 또 나오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지난 1년 무성하던 말들과 수많은 여론조사와 요란한 보도들로 한껏 고조된 선거 분위기를 실제 표심으로 한차례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 대선이 어느 쪽으로 흐를 지 풍향을 가늠해보게 하는데, 여기서 종종 생각지 못하던 일들이 터져 나온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저 바람을 누가 막을까” 싶던 돌풍이 맥없이 꺾이기도 하고, “무슨 가능성이 있을까” 싶은 곳에서 바람줄기가 치솟기도 한다.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선거에서 ‘돌풍’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저렇게 편견 많고 할 말 안 할 말 마구 뱉어내는 천박한 인사를 설마 정말로 지지할까” 싶던 의구심을 그는 가차 없이 날려버렸다. 그가 나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환호를 하는 데야 어쩌겠는가.
그는 기고만장했다. 코커스 불과 일주일 전 유세장에서도 그는 “내가 뉴욕 5번가 한복판에서 누구를 총으로 쏴도 나는 한 표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다. 1일 코커스에서 그는 테드 크루즈에게 1위를 넘기고 멀찌감치 2위로 떨어졌다. 공화당 코커스에서 의외로 선명한 바람 한 줄기 만들어낸 후보는 마르코 루비오. 그 기세 등등하던 트럼프보다 불과 2,000여 표 떨어지는 3위를 차지했다. 극보수 크루즈와 극단으로 치닫는 트럼프에 비해 가장 ‘현실적’이라고 공화당원들이 본 것이다. 공화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려면 루비오가 그중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민주당의 ‘돌풍’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주춤했다. 몇 표 차이로 승리한 힐러리는 체면을 살렸고, 샌더스는 그만하면 승리라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코커스에 가본 적 없는 민주당원들이 몰려가 샌더스를 지지했지만 여성들과 나이든 세대가 대거 힐러리를 지지해서 결과는 비슷했다.
뚜껑 열기 전에는 절대 선거를 알 수 없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샌더스가 외치는 ‘소득 불평등 해소’에 환호하면서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가 있다. ‘소득 불평등’ 보다 ‘의료보험’과 ‘경제’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 대부분이 힐러리를 지지했다.
아울러 후보의 자질 중 경험을 중시한 사람들은 힐러리를, 정직성과 신뢰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샌더스를 지지했다. 그리고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힐러리를 지지했다.
아이오와가 풍향계 역할을 한다면 이번 대선은 힐러리와 루비오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선거는 뚜껑 열어봐야 아는 것. 앞으로 언제 어디서 또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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