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에게 대충 뒹굴었던 오늘이 어제 떠난 이가 간절히 원했던 하루 어떤 이에게는 지상의 마지막 선물
▶ ■오늘 하루 / 하재욱 글 그림·나무의철학 펴냄
‘창밖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간다. 우리는 오직 행복할 시간만을 꿈꾸고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거겠지. 그 때가 와도 한참을 기다렸던 행복할 시간이 지금처럼 창밖을 지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내릴 용기가 생기기 전까진 그렇겠지(창 밖에 있는 것)’.
‘아빠 회사 지각한다면서 날 데려다주려고 그래? 라고 묻길래 널 데려다주는 오늘은 오늘밖에 없으니까라고 답합니다. 지각은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은 차마 못합니다(아침에 혼낸 것 미안해서 사랑해서)’지하철 안에서 문득 창 밖 너머의 풍경을 보며 떠올린 생각. 아이와 부대끼며 드는 순간순간의 생각.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는 (가야할) 하루 하루.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의 물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어 버린다. 마치 오늘 하루만을 사는 것처럼.
이런 생각들을 잊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기억하는 만화작가 하재욱의 세 번째 라이프 스케치 ‘오늘 하루’가 출간됐다.
여느 소시민처럼 집과 회사를 오가며 일상이라는 순환궤도를 떠도는 직장인이자 세 아이의 아빠인 하재욱 작가. 그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고 있는 하루를 끊임 없이 생각하며 하루라는 시간을 펜이라는 도구를 통해 잡아둔다. 덕분에 그간 잊고 지내 온 하루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게 된다.
처녀작 ‘안녕 하루’에서는 담담하게 일상의 풍경을 그리고, 두 번째 라이프 스케치 ‘고마워 하루’에서는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과 생활을 바라봤다.
이번 작품에서도 일상의 모습을 그렸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듯 하루의 의미가 조금 더 짙어졌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라고 말하는 소포클레스처럼 작가 역시 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바로 그 ‘오늘’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2013년 6월부터 하루를 주제로 한 카툰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오늘 하루를 매일매일 멈추지 않고 기록할 때 우리의 삶이 좀 더 특별해지고 다채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미안해서 사랑해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애틋한 가족 이야기를, 2부 ‘나라는 사람이 닿지 않아서’는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꿈, 희망, 추억,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3부 ‘서울, 갈아타는 곳’은 출퇴근 지하철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 스케치를, 4부 ‘처음처럼, 처음처럼’은 학교와 일터에서 동고동락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5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는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형제들과 함께 성장했던 시절의 행복한 순간들을 반추하며 고향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가는 삶이 고단하고 무거울수록 오늘이라는 단 하루만을 상상하고 노래하고 스케치해보라고 권한다.
“누군가에게 헛된 하루였을 오늘이 누군가에겐 절실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대충 뒹굴어도 아깝지 않은 무엇일 테지만, 무수히 많은 날들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지상에서 펼쳐보는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겠지요. 이 차이를 느껴버린 이의 어깨 위에 놓인 하루는 얼마나 무거울까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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