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사이에 젊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에 좀 보기 드문 사진 한 장이 나돌아 다녔다. 흐릿한 배경의 사진에는 분명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어디선가 연설을 하는 장면인데 그 앞에 어떤 사람이 ‘위안부를 위한 정의’(Justice for Comfort Women)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 한 장이었다.
반 총장이 영국 유엔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서 연설을 하려는데 영국의 시민단체의 한 남성이 위안부에 관련된 반 총장의 최근행보에 대한 항의 표시를 그렇게 했던 것이다.
지도자는 언제 어느 때고 어떤 말을 하든지 심지어 농담이나 조크를 하더라도 본인의 사상과 철학을 담고 말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간의 지난 연말 합의에 대한 ‘24년간 어려운 양국간의 문제를 한일간에 합의한 것 축하하고, 역사가 이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 는 신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했다는 섣부른 반응은 그에게 두고두고 그가 자연인으로 살아가더라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사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허울처럼 단체의 설립취지와는 무색해져 버린 ‘유엔’과 그 힘의 한계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유엔헌장 제1조 (목적)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한다. 이를 위하여 평화에 대한 위협을 없애고 침략행위와 그 밖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를 진압하기 위하여 효과적인 집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나아가 평화를 깨뜨리는 모든 국제 분쟁과 사태를 평화적 수단에 따라 정의와 국제법 원칙에 따라 조정하거나 해결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명시된 목적에 준해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반 총장의 태도나 반응은 단순히 자기 민족에 대한 능욕마저도 뛰어 넘겠다는 철학이 설령 있었더라도 그 조직단체(UN)의 발전에 저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처럼 국제적인 지도자로써의 그의 미래도 염려되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오늘날 UN의 위상과 현실이 이렇다보니 말이 좋아 유엔 사무총장이지 아니면 미국의 또 다른 배려(?)가 있어서인지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의 출신국가들을 보면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성향이거나 약소국 등 제3세계 출신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 중에는 상당한 성과와 헌신을 했던 분들도 있어왔다. 여기서는 반 총장이 추호라도 그런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트하임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도 외교장관을 했다. 대통령에 출마했다가 낙선도 했고, 2차례 걸쳐 UN사무총장(1972~1981)을 한 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처럼 생각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많은 일도 했지만 전임자들에 비해서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런 평가 때문이었을까 임기 후에 본국으로 되돌아가서 대통령에 재도전하고 당선이 된다.
문제는 대선 기간 중에 그가 나치 독일의 장교로 근무했던 사실이 폭로되었지만(한국으로 치자면 일본군장교) 서로 피해자끼리 감싸주는 온정주의 오스트리아 국민성이 그를 결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에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즉 ‘외교적 기피인물’로써 미국입국이 거부된 역사상 최초의 외국정상이라는 굴욕과 국제적 왕따가 되어버렸다. 그도 문제지만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굴욕으로 생각해도 절대 무리는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그의 변명이 오히려 그를 더욱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그 때 난 어렸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군인이 되었다. 가족을 위해 임무를 다해야만 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듯 하지 않는가, 그렇다. 친일 부역자들이 오늘날 한국에서 했던 그 말이다.
침략전쟁의 희생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 겨우 50여명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분들에게는 후손도 있을 수 없었다는 걸 반 총장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반기문 총장은 그러나 젊지도 않은 올해 72세이다. 평소대로 차라리 침묵했었더라면 이런 글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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