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경비·무인공장·무인자동차 / 로봇, 인간 대신 산업 일선 투입 / 생계수단 잃은 노동자들엔 재앙 “부의 불평등 갈수록 심해질 것”
▶ ■인간은 필요없다 제리 카플란 지음·한스미디어 펴냄
얼마 전 초로(初老)의 회사 주차요원 아저씨로부터 “잘 지내라”는 작별 인사를 들었다. 주차시스템이 전자동으로 전환되면서 4명이 일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초소 자리에 들어선 새로운 주차요금 정산 ‘기계’는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했다. “오늘은 퇴근이 늦네요”라며 말 건네는 인정이야 없지만. 상당수가 겪었을 이 같은 경험은 미래의 ‘예고편의 예고편’ 쯤 되겠다. 영화 속 똑똑한 로봇을 현실로 끌어낸 ‘인공지능(AI)’ 시대가 다가왔으니 말이다. 실제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최근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로봇·생명과학 등의 기술발전이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미래 일자리 보고서’가 공개됐다. 역사적으로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새로운 시장이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 수요를 창출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학자이자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인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로 촉발된 기술혁명이 인간의 삶과 생계수단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노동자에게 재앙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보낸다. ATM이 대신할 은행 창구 직원, 무인차가 밀어낼 운전기사, 물류창고 근로자를 대신할 로봇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인간관계술이나 설득력이 필요한 직업들은 자동화 시스템에 뺏기지 않을 것이라 안심해서는 안된다. 옷을 입어본 손님에게 멋져 보인다고 칭찬해 판매를 부추기는 점원은 분명 능력있는 직원이지만, 옷가게에서 여러 벌의 옷을 입어보고 그 모습을 웹사이트에 올려 실시간으로 의견을 받을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 개념을 적용해 신뢰도 있는 통계를 몇 초 내 받을 수 있다면, 실적에 입바른 점원의 칭찬에 귀기울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신기술을 배울 기회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습득의 기회를 더 젊은 차세대 노동자들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 암울한 사실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인류 전체에게 향유의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자본이 있는 소수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준다는 것. 반면에 가진 것이라곤 노동력 뿐인 사람은 생존의 위협마저 느낄지 모르게 된다. ‘부의 불평등’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우려다. 저자가 생각하는 더 큰 위험은 우리가 그 위기를 인식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옛날 산업혁명 초기 러다이트(19세기 산업혁명 때 일자리 때문에 기계 파괴 운동을 일으킨 직공들)들은 그들 대신 일을 차지한 방적기를 박살냈다지만, 만일 상대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라면 대체 어떤 식으로 대항해서 싸울 수 있겠는가?” 즉 실체없이 원거리의 클라우드 서버 내에 있는 인조지능(Synthetic Intellect)이 싸워야 할 대상이라면 ‘싸움’ 자체가 막막해 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이 더 빨리 사회에서 쓸모없어진다고 진단한 저자는 ‘직업대출’을 제안한다. 기업이 미래에 한 사람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하면 세금감면을 받고, 일할 사람은 미래에 받게 될 수입을 빌려 직업기술을 익히는 데 쓰는 식이다. 코웃음치지 말자,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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