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의 눈은 강했다. 눈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렇게 눈이 하늘에서 쏟아진 것을 보고서야 입을 벌리고 말았다. 눈이 세상을 하얗게 지배했을 때 짧은 며칠동안 자신의 위용과 영향력에 혼자 크게 웃으며, 눈이 덮인 세상을 가소롭게 보았을 것이다. 절절매며 꼼짝 못하는 사람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며 자신의 높은 권세를 자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왔다. 비는 눈이 되지 못한 아쉬움으로 검은 구름 뒤에 숨어 지낸다. 그래서 슬플 때마다 구름 속에서 눈물을 뿌려 내린다. 같은 구름 속에 살고 있는 눈과 비는 서로 눈은 겨울을 차지하고, 비는 여름을 차지하기로 합의 결정했다. 그래서 비는 여름의 스타가 되고, 눈은 겨울의 왕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눈이 세상을 강한 힘으로 꼼짝 못하게 하자 비가 몹시 질투가 난 모양이다. 사람들이 눈보고 겁을 내고 벌벌 떠는 것을 보고 비가 자신도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나 보다. 겨울에는 비가 나타나지 않기로 했는데 비가 눈의 세상을 공격했다. 여기 저기 하얗게 쌓아 놓은 눈의 성들, 눈의 밭, 눈의 도시를 비가 하나하나씩 녹여갔다. 그래서 하얀 눈의 세상이 언제 있었느냐 하듯이 이제 겨울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곳곳에 나무들이 보이고, 들에 파란 풀이 보이게 되었다.
눈과 비가 서로 오고가며 자연을 지배하듯이 이 세상의 모든 일들에는 때가 있고, 기한이 있기 마련이다.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 올 때가 있으며, 아플 때가 있고, 나을 때가 있다. 추울 때가 있고, 따뜻할 때가 있으며, 권세가 있을 때가 있고, 힘을 잃을 때가 있으며, 일할 때가 있고, 일을 못할 때가 있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며, 또한 삶의 원리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지금 어느 계절, 어느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성경 창세기에는 이렇게 말씀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세기1:5).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루를 저녁부터 시작을 하고, 아침에 끝나는 것으로 이해했다. 저녁은 어두움이고, 어두움은 인생의 밤을 상징한다. 인생은 한 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가 다가온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수고와 고생이 쉴 틈이 없이 파도처럼 밀려오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어떤 상황이나 국면도 거기가 끝은 아니다. 막다른 골목을 만나도 피할 길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아니 모든 것이 다 잘 될 때도 마찬가지이다. 권세와 권력이 천년만년 가는 것은 아니다. 애급도, 바벨론도, 로마도, 한 때를 좌우했던 나라이지만 그 명성과 영예는 찾아볼 수가 없다.
살다보면 눈이 올 때가 있다. 그것이 성공의 눈이든 실패의 눈이든 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만하거나 실망할 이유가 없다. 또 다른 비가 또 다른 성공과 실패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나쁜 날씨가 계속 되는 시기가 아니라 구름 한점 없는 날씨가 계속 되는 때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이 때를 누려야 한다. 눈이 오는 때, 비가 오는 때, 그리고 바람 불어 추운 때, 아주 더운 때도 인생의 한 때임을 즐겨야 한다. 그 때가 지나면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지나면 또 겨울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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