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유지하는 근본적 원리에는 만유인력의 법칙, 질량불변의 법칙 등 잘 알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생소한 것 중에 열역학 제 2법칙이라고도 하는 “엔트로피(Entropy)의 원리”도 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원래 ‘변화’라는 뜻의 라틴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엔트로피의 원리에 의하면 자연계의 모든 것은 평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이명종 교수의 글 중에서). 흥미롭게도 이 원리는 또한 인간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수직적인 독재주의 전제주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고, 삼권이 분리되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국민이 주인이 된 평형적 민주주의는 엔트로피를 향해 발전한 사회제도로 볼 수 있겠다.
흥미롭게도 이 원칙은 성경말씀에서도 볼 수 있다. 메시야의 오실 길을 예비한 침례자 요한은 이사야가 700년 전에 예언한대로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케 되리라”고 광야에서 외친 자이다. 또한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을 보면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주고”라고 되어 있다(사도행전 2:44-45). 말하자면 엔트로피 원칙의 극치라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건강한 자가 병든 자나 장애우를, 부유한 자가 가난한 자를 돕는 일도 이 원칙의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인간의 논리로 보면, 자기의 시간, 물질, 재질을 약자를 위하여 희생하는 것은 분명 물리적 손해이다. 그러나 돕는 자가 되어 약한 자의 힘이 되고, 그들 삶에 위로와 소망을 심어 줄 때 누리는 내적 기쁨이 물리적 손해를 뛰어 넘기에 그것이 가능하다. 자기 것을 희생하면서도 기쁨을 누린다는 이율배반적 현상은 창조주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오래 알고 지내는 L 자매는 출석교회의 장애 아동부를 맡고 있는데, 최근에 그녀의 페이스북에서 읽은 이야기다. 장애우를 계속 섬기는 봉사자들 대부분의 혈액형이 B형이라 했다. 그 정확성은 모르겠으나 우리는 혈액형에 따라 성품의 특성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이 자매의 글에 의하면, 작년 8월에 부임한 담임목사는 매주 장애인 교실에 들렸는데, 처음에는 인사차, 또는 교회 현황 파악차 들리시겠지 했는데, 그 방문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 그 목사님의 혈액형도 B형인가 하는 재미있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루는 용기를 내어 느닷없이 “목사님 혈액형이 뭐에요?”라고 물으니, 그 목사님은 웃으며 “C형”, 즉 “Christ(그리스도)형”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기상천외의 대답이지만, 늘 주님을 닮아가려는 그 목사님의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대답이란 생각이 든다.
기독교인들은 과연 모두 C형으로 살고 있을까? 이 자매의 관찰에 의하면 장애우 교실 장기 봉사자들의 특성은 상황이나 인물에 치우치지 않고, 물질과 시간, 정열을 아낌없이 쏟아 인내하며 꾸준히 섬기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C형의 흉내라도 낼 지 답답한 마음이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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