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요즘처럼 소통의 도구와 방법이 다양했었던 적은 없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많은 단어가 스쳐간다. 전화, 문자, 페이스북, 카톡 기타 등등. 손끝으로 하는 소통이 말의 소통보다 흔해진 요즘 ‘벙어리 냉가슴’이란 말이 옛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언어장애인이 아님에도 가까운 이들과 소통의 단절로 냉가슴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의 80% 이상은 부부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원하는 소통을 할 수 없으며 무엇이 그것을 막고 있을까? 그렇다면 모두가 원하는 그 ‘소통’을 우리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는 소통이 필요 없다. 둘이 만나 관계가 생길 때 비로소 소통이 필요하다. 그들은 나와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다른 삶의 경험을 거치고 다른 문화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인 것이다. 한집에서 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니 비슷하게 생각할 거란 짐작과 추측이 소통의 장애물 중 하나다.
‘이심전심’이나 ‘눈빛 만으로도 안다’는 말은 상대의 생각을 내 생각 체계 안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위험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문자나 글을 통해 생각이 전달될 때 보이지 않는 언어, 뉘앙스와 톤이 무시되어 상대를 곡해할 여지가 많다. 예를 들면 말의 뉘앙스가 빠진 ‘맘대로 해’라는 이야기는 진짜 마음대로 해도 되는 허락인지 화가 나서 던지는 말인지 듣는 이에 따라 얼마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한 첫 단계는 우선 자신의 대화 패턴을 점검하는 것이다. 혹시 명령이나 지시, 혹은 비난의 톤은 아닌 지 돌아보자. 배우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새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이 되지는 않았는지, 자녀와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어느새 같은 잔소리로 변해 아이가 퉁명스럽게 대꾸하거나 말을 끊고 방으로 들어가버린건 아닌 지 한번 되짚어보자.
상대에게 나의 말을 전달할 때 ‘I statement (나를 주어로)’를 사용하여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소통의 첫단계이다. ‘당신이~’라는 You를 주어로 사용하다 보면 자칫 상대를 비난하는 톤이 되어 내 마음이 채 전달되기도 전에 상대가 맘과 귀를 닫아버릴 수 있다.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할 때 내 마음이 외롭고 힘들어요” 혹은 “네가 이런 행동을 하면 나는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 화가 나”라고 나의 감정 전달이 중요하다. 가끔 내담자에게 일상의 대화를 한두 시간 녹음해서 들어보라고 권하는데, 알지 못했던 자신의 짜증 섞인 목소리와 무시하는 톤을 듣고 부끄러웠다는 고백을 듣곤 한다.
‘I statement’ 사용과 함께 중요한 건 ‘적극적으로 듣기’다. 하던 일을 멈추고 마주 앉아 눈을 보고 이야기할 것을 권한다. 몇 해 전 설거지나 집 안 청소, 컴퓨터나 핸드폰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아이 말에 답하던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이후 가능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눈을 보며 5분이라도 집중해서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럴 때 아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내가 더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것이다.
상대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고 많은 에너지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상담사 훈련의 절반은 열린 마음으로 집중하여 적극적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조언이나 답을 부탁받지 않았다면 주지 말고 비난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로 감정이 극해지고 화가 났을 때는 대화를 멈추고 자리를 잠시 피하길 권한다.
소통의 기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부단한 노력과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 누군가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때 관계가 회복되고 치유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러므로 소통을 위한 훈련과 노력은 성공과 행복한 삶을 위해 애쓰기 충분히 가치있는 노력이라 믿는다.
counseling@fccgw.org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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