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을 만들어 파는 회사의 사장이 판매원 네 명에게 절에 가서 빗을 팔아보라고 지시했다. 머리카락이 없는 스님들에게 빗을 팔라니, 가당치도 않은 억지 주장 같았지만, 사장의 지시인만큼 네 사람은 절에 갔다. 그러나 네 사람이 가져온 결과는 모두가 달랐다.
첫 번 째 판매원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스님에게는 빗이 필요 없으리라는 지레짐작으로 그는 스님들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 째 판매원은 그래도 몇 자루 팔았다. 빗으로 머리를 눌러주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면서 빗의 용도를 확대시켜 설득한 것이다. 세 번 째 판매원은 수 십 자루를 팔았는데, 참배객들이 절을 하면서 흐트러진 머리를 빗을 수 있도록 절에 빗을 비치해두면 좋겠다며 주지 스님을 설득한 것이다. 고객을 스님에게서 참배객으로 확대시킨 결과였다. 하지만 네 번째 사람은 수백 자루를 팔았다. 빗 한쪽에 연꽃을 그려 넣고 다른 쪽에는 ‘길선(吉善)’이란 글자를 써 넣은 기념품으로 만들어 팔면 절의 홍보도 잘 될 것이라고 착안한 덕분이었다.
우스개소리이지만 여기서 배울 점이 있다. 우리가 정해진 생각의 박스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늘 하던 식으로만 고집하는 고정관념과 상식의 함정에 빠져있는 한, 우리는 발전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고 관점을 달리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세상에서는 이윤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직후 우즈베키스탄으로 단기선교를 간 적이 있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코카콜라와 네슬레의 병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중국 남부, 쿤밍의 소수민족들이 사는 깊은 산골짜기 마을을 방문했을 때에는, 허물어져가는 판자 집의 벽에 한국의 H.O.T.라는 그룹의 사진과 함께 소주 광고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사업과 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는 기업체들의 열정과 담대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가? 콜라나 병물, 소주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물이 되시는 예수님을 전하는 우리는 얼마나 소심하고 소극적인지 모르겠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전도를 거의 포기한 듯하다. 교회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자신감도 다 잃어버린 것 같다. 몇 번 해보았다가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속으로 다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런 무모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스님에게도 빗을 팔고 에스키모에게도 냉장고를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큰 도전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뛰어난 상술을 발휘해서 필요를 창출해낸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필요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예수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잠시 목을 축이는 콜라와 병 물과 소주와는 비교도 안되는 예수님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 이상한 현상이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생각하고, 우리를 위해서 행하신 일들을 묵상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을 통해서, 우리 워싱턴지역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의 답답한 틀에서 벗어나, 당당하면서도 신선하게 예수님 모르는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딤후4:2)
이제는 예수님을 전하기 어려운 핑계를 찾지 말고, 예수님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김해길 목사 워싱턴한인연합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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