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게 되면, 반드시 봄에는 알러지성 비염이 성행한다. 이는 알러지의 기본 기전 차체가 몸의 기능이 허약해 졌을 때 더 이상의 충격과 자극을 피하기 위해 우리 몸이 외부 자극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며 생겨나기 때문이다. 겨울이 춥고 길어지면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호흡하는 과정에서 ‘폐기능’이 많이 약해지는데, 이 때 우리 몸은 ‘폐’로 통하는 관문이 되는 ‘코’의 방어기제를 활성화 시키게 된다. 그렇게 활성화된 이 방어 시스템이 봄에 여러가지 자극들에 대해 조금은 과하다 싶은 ‘기침’이나 ‘콧물’로 반응을 하게 되는데 이를 현대의학에서는 알러지성 비염이라 부른다. 조금 더 쉽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집안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외부 알람 시스템을 강하게 세팅했더니, 조금만 이상한 낌새가 보여도 알람이 시시때때로 울리게 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비염, 특히 알러지성 비염을 폐한증(肺寒證)이라 하여 폐가 찬기운에 상하여 오는 질환이라 본다. 비록 증상은 코에 나타나지만 한의학의 장부론에서는 폐와 코의 관계가 한 나무의 뿌리와 가지같은 관계라 파악하기 때문이다. 즉 나무가지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우선은 그 뿌리를 들여다 보며 원인을 찾는 것이 순서이듯, 코에 이상증상이 생기는 비염의 경우에도 그 근본 원인을 코가 아닌 폐에서 찾으려 한것이다. 여기서 폐가 차가워 진다는 것은 폐의 실제 온도가 떨어졌다기보다 기혈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폐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한의학식 표현인데, 이렇게 차가워진 폐의 상태를 비염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결국, 알러지성 비염의 증상이란 환절기 때 저하된 체력을 틈타 인체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려는 사기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일 뿐이기에 그 치료를 위해서는 코보다는 폐기능의 이상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특히 환절기마다 감기나 비염을 달고 사는 경우는 이미 폐기가 많이 허해져 있다는 증거이므로 더욱 세심한 관심과 근본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특히 봄철 알러지성 비염의 예방에는 겨울철의 대비가 참으로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애초에 태양으로 부터 오는 자연의 정기가 부족하기도 하고 차가운 온도로 인해 우리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만도 이미 평소보다 많은 기운이 소모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여야 하며, 기력을 극도로 소모하는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렇게 겨울철에 우리 몸의 정기를 미리 보존하여 봄철의 비염을 예방하는 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치미병(治未病)’, 즉 병이 오기전에 미리 고치는 최상의 치료법이다.
만약 평소에도 체질이 허약한 경우라면 한약을 통해 신체에 활력을 주어 직접적으로 기력을 키워주는 것도 좋고, 침이나 뜸을 통해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 간접적인 기력강화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미 알러지성 비염의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일단은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침 치료를 통해 면역반응의 안정 효과를 내면서, 한약을 사용해 천천히 상한 폐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한의학에서는 사용한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