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가 지난달 20일 간암으로 별세했다. 소설 <장미의이름> <푸코의 추> 등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던 이탈리아의 철학자, 기호학자이며 소설가인 에코는 향년 84세. 이젠 그의 지성과 천재성을 더 이상 접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년 전 지인이 선물해준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그는 과연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이며 최고의 지식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첫 소설인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의 장서관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희극론)의 필사본 때문에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추리소설이다.
웃음(희극)은 인간의 원죄를 잊게 하는 악마의 선물이라고 믿는 장님관장 호르헤는 희극론인 ‘시학2’를 아무도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해 책장에 독약을 발라놓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책장을 넘기면서 독이 몸에퍼져 죽게 해놓았다. 그래서‘시학2’를 읽은 많은 수도사들은 다 참혹하게 죽었으므로 그 내용은 비밀에 싸여있다.
중세인 당시는 인간의 이성과 자연스러운 감성을 인정하지 않는기존 교회세력, 베네딕트파와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프란시스코파 사이의 암투가 일어났던 난세였다. 호르헤 신부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수도사와 신학과 철학논리로 맞서면서적극 방해를 하고, 마침내 수도사가 장서관에 들어오자 책을 입으로 찢어 삼키고 장서관에 불을 질러 고서들과 함께 불에 타죽는다.
‘희극론’에 접근하는 수도사들을 독살해서라도 악마의 선물인웃음에 접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엄격한 신앙심 아래서 종교관을유지하려했던 것이다. 책에서 수도사는 말한다.
“호르헤 영감의 얼굴 말이다. 시학 희극 편에 대한 증오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 나는 처음으로 가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
… 세상에 이단 아닌 것 없고 정통 아닌 것 없다. … 진리란 이름뿐 허상에 얽매이면 악마가 된다.”실제로는 ‘시학2’권은 존재하지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단 한권으로 ‘시’에 관해 서술한 책으로, 비극을 통해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논하며 예술의 미학을 서술했다. 그마저도 현재는 일 부분만 전해온다.
깊은 지식과 창조적 상상력, 포스트 모던한 구성이 특징인 에코소설의 매력과 여운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장미의 이름>은 우주를 도서관으로 해석하는 아르헨티나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보르헤스의 신비로운 소설들인 ‘알랩’이나‘휙션들’의 단편소설들을 읽고 에코 역시 그의 창조성과 천재성에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에코는“ 만약 보르헤스가 없었다면 <장미의 이름>을 쓸 수 있었을까스스로 자문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에코의 소설은 보르헤스의 매력적인 미스터리 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 보르헤스 역시 미국시인이며 소설가인 에드가 알란 포의 탐정소설에서 모티브를 찾고 포의글을 번역하며 존경했다.
십자군전쟁 이후로 현재까지도 종교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중세를 거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식과 문명은 계속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와서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시점에 와있다. <장미의 이름>은 지난 몇 세기동안 종교와 철학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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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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