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인 치료법은 반드시 한의학적인 진단 하에서 적용 되어야만 한다. 이를 테면 현대의학적으로 type 2 당뇨병이라 진단하고, 그에 적용할 수 있는 한의학적인 치료를 찾는 식의 접근법은 많은 경우 별 효과를 못 보거나 오히려 악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현대의학적으로는 분명 동일한 진단 하에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의학적인 분석을 통하게 되면 서로 전혀 다른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의학이 ‘병’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때,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병’이 아닌 ‘병에 걸린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에는 ‘오십견’이라 불리는 어깨통증을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특별한 외상도 없이 갑자기 어깨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지면서 통증과 함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경우, 현대의학에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과 부위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한 후에 어깨가 굳었다는 의미의 ‘동결견’, 혹은 관절에 염증이 생겨 움직임이 제한되었다는 의미의 ‘유착성관절낭염’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런 후에는 이 분석에 근거해 굳어버린 어깨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물리치료나 염증을 제거하기 위한 스테로이드 주사를 치료의 수단으로 선택한다. 이처럼 현대의학에서 어떤 병증을 분석하여 치료원칙을 세우기 위해 철처히 ‘병’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한의학의 경우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일반적으로 ‘오십견’이라는 진단명을 사용하는데, 이는 이러한 증상들이 몸의 경맥과 혈맥의 흐름에 이상이 생길 때 풍, 한, 습, 담 같은 사기가 우리 몸에 침범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그렇게 되기 쉬운 나이대가 오십대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적인 치료는 염증을 제거하거나 굳은 어깨근육을 직접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침범한 습담을 제거하고 어혈을 제거하여 경맥과 혈액의 흐름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한약재들을 사용한 처방이나 침, 뜸, 부항등의 치료법을 사용하게 된다. 또 이런 경우 환자의 몸에 침투한 사기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한약재의 구성도 완전히 달라지며, 경맥과 혈맥의 흐름 중 어느쪽에 더 큰 이상이 생겼느냐에 따라 선택되는 침자리도 달라진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한의사가 ‘오십견’으로 내원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한의학적인 진단법을 사용해 병에 걸린 환자를 분석하지 않고, 현대 의학처럼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과 위치에 초점을 맞춰 ‘병’을 분석하여 염증을 제거하기 위한 한약재를 중심으로 구성한 처방과 굳은 어깨 근육을 풀기 위한 침법만을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현재 어깨 근육이 굳어 있는 것도, 어깨 관절에 염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 그런 접근법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병’을 직접 분석하고 치료하기 위해 특화되어 개발된 현대의학적인 치료법들이나,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단법에 근거해 한약과 침을 사용한 치료법보다 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병을 고치고 싶다면 병을 고치는데 특화된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고, 병에 잘 걸리는 몸을 개선하고 싶다면 당연히 그것에 특화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아무곳이나 가장 가까운 병원이나 한의원의 문을 두들기기 전에,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당장의 병증을 개선하는 것인지, 자꾸만 같은 병증으로 고생하는 신체조건을 개선하는 것인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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